요즘 지구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제위기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인터넷판에서 경기침체 여파로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 현상이 바로 그것이라고 보도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부와 지식,일자리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던 '세계화'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탈세계화 증거로 아시아 지역에서 상품과 자본,노동의 국가 간 이동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싱가포르 항구에는 화물이 없어서 갈 곳을 잃은 배들이 줄지어 서 있다. 미국의 노퍽에서 홍콩이나 한국의 부산,독일의 브레머하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항구의 물동량은 최근 4개월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지난 1월 세계 항공여객 수는 5.6% 줄었으며,항공화물은 23.2%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세계무역 규모가 전년보다 2.8% 줄어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WP는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보호주의 조치들이 탈세계화를 부추기는 또 다른 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경기부양 사업 때 자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바이 아메리칸'을 내세운 이후 인도네시아 프랑스 영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도 뒤를 따르고 있다.

자국민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외국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물론 공공기관의 외국 상품 사용 금지 등 다양한 형태의 보호주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대공황 시기처럼 세계화의 붕괴가 가능하다"며 "각국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