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턴스가 어떻게 무너지게 됐는지 모두들 이유를 찾느라 정신없을 거야.하지만 진실은 말야,우리 모두가 한패였다는 거야.전부 미쳤었어.정부도,신용평가사도,월스트리트도,은행들도,규제기관들도,투자자들도."

전 세계를 금융위기의 공포로 몰아넣은 미 월가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몰락 원인에 대해 앨런 슈워츠 전 베어스턴스 최고경영자(CEO)가 사임 후 자신의 친구들에게 토로한 말이다. 회한에 가득 찬 슈워츠의 이 발언은 베어스턴스의 붕괴 과정에 대해 생생히 다룬 《카드로 만든 집:월스트리트에 넘쳐났던 오만함과 비열함에 대한 이야기》(House of Cards:A Tale of Hubris and Wretched Excess on Wall Street)에 담겨 있다.

'카드로 만든 집'이란 제목은 겉으론 멀쩡하지만 실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태였던 파산 직전의 베어스턴스를 뜻한다. 오는 10일 출간 예정인 이 책은 지난 17년간 월가 투자은행에 몸담아 온 미국의 경제 전문 베스트셀러 작가 윌리엄 코헨의 신작으로,미 시사주간지 포천이 3일 주요 내용을 발췌해 독점 공개하면서 미 독자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카드로 만든 집》은 금융위기의 뿌리를 2001년 9 · 11 테러에서부터 찾는다. 당시 베어스턴스의 CEO였던 제임스 케인은 맨해튼 본사에서 TV를 통해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봤다. 다음 날 맨해튼의 메디슨가 동쪽 46번가와 47번가 사이에 위치한 47층짜리 베어스턴스 빌딩 7층 회의실에선 월가의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총출동해 증권거래소 재개장에 대해 논의했다. 케인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다"며 "나는 주요 금융회사의 대표들이 모두 모인 것은 그 이전에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베어스턴스는 이 회의 이후 금융시장을 새롭게 장악하게 됐다. 모기지채권 판매를 시작한 베어스턴스 경영진은 엄청난 이득을 올리며 단시간에 월가의 핵심 리더로 성장했다.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을 다뤘던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넘쳐나는 고수익으로 두둑한 연봉을 챙기면서 호화 생활을 즐겼다. 그러나 2007년 6월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이 경색되면서 베어스턴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헤지펀드에서도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베어스턴스는 2008년 3월 JP모건체이스에 팔렸다.

코헨은 이 책을 통해 "베어스턴스의 비극은 월가 경영진들의 탐욕(greed)과 무지(ignorance)에서 비롯됐다"며 "헤지펀드에 대한 자체 감독 소홀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