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평가는 한마디로 '아니올시다'이다. 오히려 시장의 비관적인 전망이 더 커져가는 모습이다. 의회와 백악관이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들이 쓸모없고,한발 더 나아가 정책 방향이 잘못됐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기부양책은 고루하고 부실화된 기존 산업을 살리는 데만 초점을 맞춘 채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혁신 기업들을 키우는 덴 무관심하다.

미국의 오랜 산업 역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주체는 '기업가'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월마트부터 아이팟까지,마이크로프로세서부터 트위터(단문 메시지 송수신 서비스)까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과 혁신을 거듭해온 주인공이다.

이번 경제 위기는 과거 경기 침체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사건이다. 경제 위기의 밑바닥에는 근본적인 변화의 기류가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은 이런 변화에 대비하지 않았고,그 대가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았다. 단순히 낡은 경제를 고치는 처방은 해결책이 아니다. 미국 경제를 미래에 다가올 신경제와 더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이것이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에 내재된 또다른 위험이다.

오직 기업가들만이 빠르고 거대한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유연성과 능력,그리고 야망을 갖고 있다. 그들만이 수렁에 빠진 미국 경제를 구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해법은 기업가 정신의 부활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의 부활이 경기부양책의 핵심이 돼야 하는 이유다.

먼저 대기업들의 기업가 정신을 살려야 한다. 오바마의 경기부양 법안은 대기업에 대한 적잖은 인센티브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고용 유지 등 기존 기업들이 가진 것을 지키도록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관건은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의 의지도 보여줘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업가들을 초청,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회의를 갖는 것도 방법이다. 불황과 함께 임기를 맞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2년 기업가들을 모아놓고 토론을 벌였던 것처럼 말이다.

당면한 경제 위기는 기존 경제 체제가 한계를 드러낸 사건인 동시에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위한 산통이다. 이번 위기가 과거와 미래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기업가들만이 미국 경제를 새로운 세계로 안전하게 데려다 줄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기업가 정신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이 글은 실리콘밸리 마케팅 전문가이자 '점프 포인트(Jump Point)'란 저서로 유명한 톰 헤이스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업가들이 미국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