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지난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사실상 홀대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던 것과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 전시돼있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흉상을 영국대사관에 되돌려준데서 부터 이런 기류가 감지됐다고 4일 보도했다.이 흉상은 블레어 전 총리가 부시 전 대통령에게 빌려준 것이었다.

WP는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이 브라운 총리의 방미를 발표한 대목도 불안감을 키웠다고 덧붙였다.그는 미국과 영국과의 관계를 처칠 전 총리가 즐겨 썼던 ‘특별한 친족관계’라는 표현 대신 ‘특별한 동반자관계’라고 격을 낮췄다.오바마는 정상회담 때마다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두 정상이 TV카메라 앞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는 기존의 의전절차 역시 브라운에게 베풀지 않았다.

블레어 전 총리는 첫 미국 방문때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여장을 풀었지만 브라운 총리는 그렇지 않았다.정상회담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냉대가 목격됐다.오바마 대통령은 국빈에 대한 의례적인 환영사를 생략하고 바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태도를 보여 영국 측 취재기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WP는 오바마가 동맹국 정상을 이처럼 냉랭하게 대접한 것은 놀랍다고 지적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2월 블레어 전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 치약을 같이 쓸 정도로 돈독한 우의를 과시했다.이런 블레어는 2001년 9.11테러 사태 후 미국의 대 테러전을 전폭 협력하는 바람에 ‘부시의 푸들’이라는 국제적인 비아냥을 듣긴 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