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그랜드슬램 테니스 대회 6회 우승에 빛나는 왕년의 스포츠 스타 보리스 베커(41)의 결혼 발표로 떠들썩하다.

베커는 지난 주말 독일의 TV 라이브 쇼 '베텐 다스'에 출연, 오는 6월 12일 스위스의 휴양지 생 모리스에서 2007년 헤어졌던 전 애인 릴리 케르센베르크(32)와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독일인들은 2년간 사귀었던 네덜란드 출신 모델 케르센베르크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결별을 통보했던 베커가 지난해 보석 디자이너 샌디 마이어-뵐덴(25)과 약혼한 뒤 83일만인 11월 파혼을 선언한 데 이어 다시 수개월만에, 그것도 TV 프로그램에서 전 애인과의 약혼과 결혼을 전격 발표하는 등 눈부신 `애정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다.

독일 언론들이 베커의 사생활에 유난히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쟁 패배의 상처와 죄책감으로 풀이 죽어있던 독일인들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준 독일 스포츠계의 '신화'이기 때문이다.

베커는 1985년 독일 선수로는 처음으로 윔블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더구나 시드도 배정받지 못한 그가 역대 최연소(17세) 우승자였다는 사실은 독일인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독일인들은 그를 '붐 붐 베커'라고 불렀다.

독일인들은 전형적인 게르만족의 외모를 지닌 그가 1994년 흑인 미군병사와 독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여배우 바버라 펠투스(42)와 결혼하자 실망의 빛이 역력했으나 그는 펠투스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면서 인종화합의 모범을 보였다.

그는 그러나 펠투스가 임신했을 당시 영국 런던의 한 식당 주방에서 아프리카계 러시아 모델과 관계를 맺은 것이 공개되는 등 주체하지 못하는 바람기로 잇따라 염문을 뿌린 끝에 결국 2001년 펠투스와 이혼했다.

이 러시아 모델은 이후 베커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벌여 거액의 양육비를 받기도 했다.

독일 언론은 이혼 이후 '플레이보이' 이미지가 굳어진 그의 애인들을 집중 취재해왔는데 놀랍게도 베커와 사귄 여성들은 하나같이 펠투스와 섬뜩할 정도로 닮았다고 한다.

베커는 이번 TV 프로그램에 케르센베르크와 함께 나와 "지난해 여름 잠시 길을 잃었다"면서 "그런데 릴리가 다시 나를 받아줬고 이제 더는 그녀가 다른 곳으로 가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2일 대중지 빌트와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도 사람일 뿐"이라면서 "지난해 11월 누군가 얘기할 사람이 필요할 때 릴리에게 전화했는데 그녀가 전화를 끊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베커는 또 "우리는 항상 접촉을 유지해왔고 그녀는 항상 내 가족의 일부였다"면서 "한동안 그녀와 침대가 아닌 식탁만 같이 공유했지만 이제 마침내 다시 침대를 함께 사용하고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