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잇딴 지원에도 불구하고 과연 정상화될 수 있느냐의 여부입니다.AIG가 작년 4분기 대규모 손실을 본 이유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됐기 때문인데요.CDS는 채무자,즉 빚을 빌린 사람이 파산하더라도 채권자가 부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 개념의 파생상품입니다.채권의 리스크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인데요.AIG는 그 리스크를 지나치게 많이 떠안고 있었던 셈입니다.작년에는 특히 주택 가격 하락 영향으로 주택저당채권(MBS) 등을 바탕으로 발행한 CDO가 폭락하면서 AIG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입니다.앞으로 주택 가격이 추가로 떨어지면 AIG는 또다시 대규모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스왑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담보를 더 제공해야 합니다.AIG는 CDS 외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증권에 직접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금융상품 부문 사업부에서 작년 4분기 기록한 손실이 176억 달러에 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AIG가 살아나기 위해선 미국 정부가 추가로 1000억 달러의 국민 세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지금까지 지원된 것까지 포함하면 한 회사에 25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입니다.AIG측은 추가 정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요.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해보입니다.다만 AIG는 공적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가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2개 보험 계열사를 뉴욕연방은행에 내놓기로 한 것도 빚을 상환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란 설명입니다.한 마디로 위험을 관리해줘야 하는 보험사가 지나친 위험을 떠안으면서 자본주의 역사상 사상 최대의 분기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뉴욕 주가 언제 반등…주택 시장 바닥 확인후 자신감 되찾아야

월가 투자자들은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 및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최근 들어 금새 경기를 살릴 묘안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자신감을 잃게 됐습니다.특히 씨티그룹이 사실상 국유화되고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파산위기에 내몰려 추가 구제금융을 받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리게 된 것인데요.2007년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반등 계기를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 주택시장이 안정돼야 합니다.하지만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1월 건설지출이 연율 기준으로 전월 대비 3.3% 하락해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시장 예상보다도 더 악화된 것인데요.이에 앞서 신규주택 판매 및 잠정주택 판매 등 주택 관련 통계가 악화된 것으로 나오자 정부의 압류방지 대책도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구심까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때문에 월가에서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포기할 정도의 극한 상황을 맞아야 오히려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자조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현재로선 각종 경제통계를 바탕으로 저점을 타진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당장 저점을 얘기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