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동유럽 긴급 구제금융안을 거부했다.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헝가리가 요청한 1800억유로 규모의 동유럽 구제금융안을 거부했다.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헝가리의 쥬르차니 페렌츠 총리는 "신용위기가 동유럽 국가들을 휩쓸고 있다"면서 "유럽을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나누는 새로운 철의 장막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호소하며 18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앙겔라 마르켈 총리는 다양한 동유럽 국가들의 상황을 일괄적으로 논의하는 데 반대하며 "동유럽은 매우 다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다른 나라를 헝가리의 경우와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동유럽에 대한 긴금 구제금융안은 독일을 비롯한 체코와 폴란드 등 비교적 상황이 양호한 동유럽 국가들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 바로소 EU 의장은 "동유럽 국가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문제와 다른 상황에 처해 있어 특별한 구제금융안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가 동유럽 국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유럽 대륙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모으려는 EU의 목표는 위협받고 있다.

EU에 의하면 17조달러 규모의 EU 경제규모는 올해 1.8%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동유럽에서 서둘러 발을 빼면서 동유럽 국가들의 화폐 단위는 급락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폴란드 즐로티화 가치는 과거 6개월 동안 유로화 대비 28% 떨어졌으며, 헝가리의 포린트화는 21%, 루마니아의 레우화는 18%, 체코의 코루나화는 12% 하락했다"고 전했다.

헝가리에 의해 발의된 이번 구제금융안과는 별도로 다른 방법의 지원안은 모색되고 있다.

바로소 EU 의장은 "동유럽은 특별한 처방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EU의 국제수지지원펀드 내에서 154억유로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인프라촉진보조금에서도 각 국가별로 110억유로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세계은행과 유럽부흥개발은행, 유럽투자은행 등 3개 은행은 동유럽에 대한 자금지원을 최대 245억유로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