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기부금 자산을 자랑하는 미국의 명문 사립 대학교들 중에서도 특히 '현금왕'으로 불렸던 하버드대학 역시 현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미 abc뉴스가 1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사학 재단들의 자산 감소는 경제난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 현상이지만 하버드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공격적인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눈길을 끌었던 만큼 그에 따른 피해 또한 고스란히 안고 있다는 게 abc의 설명이다.

abc에 따르면 하버드대 기부금 운영을 담당하는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MC)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채권시장에서 25억달러를 조달해야 했다.

지난해 6월 30일 기준으로 보유 현금의 105%를 파생상품의 가격 상승 예상(롱 포지션)에 투자하는 등 공격적 투자 성향을 보였던 탓에, 파생상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마진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시장의 침체로 인해 한때 세계 최대인 369억달러까지 상승했던 보유 자산 가치는 올해 6월까지 110억달러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제인 멘딜로 씨가 새로 HMC의 사령탑을 맡고 나서 재빨리 HMC의 사모투자 자산 10억∼15억달러어치를 매각하려 시도했지만 금융위기로 파생상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각 대상 자산에 대한 매수 호가는 원래 가격의 최고 6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학교 재단의 투자 특성과 달리 HMC는 파생상품이나 신흥시장 주식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는데, 특히 2005년부터 2년 사이에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투자 비율은 6%에서 11%로 크게 늘어났다.

2007년 6월까지의 1년간이나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HMC는 뉴욕 주식시장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이후 금융위기가 심화하면서 자산 가치 30% 감소라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하버드대는 이에 따라 최근 직원의 25%를 감원하는 등 비용 절감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이처럼 하버드대가 막대한 보유 자산에도 불구하고 빚을 내야 하는 재정난 아닌 재정난에 처하자 하버드 동문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10개 하버드 동문단체들은 최근 하버드대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HMC 임직원들로부터 상여금 2천100만달러를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동문단체들은 한때 HMC의 한 고위 임원의 연봉이 3천500만달러에 달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장부상 가치의 증가를 근거로 지나치게 관대한 임직원 보상을 실시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