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의회연설.."합심해 도전 극복하자"
공화당 진달, 맞불연설서 오바마 비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지금 우리는 어렵고도 불확실한 시간을 살고 있지만, 미국을 다시 건설하고 (경제의) 회복을 이뤄냄으로써 과거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며 미국민들에게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합심과 단결을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미 동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행한 연설에서 "경제위기의 중압감이 미국의 운명을 결정짓지는 못한다"면서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합심해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에 용감하게 대응하고 미래를 위해 다시 한번 책임을 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경제를 회생시키고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새 토대를 세우기 위해 용감하고 현명하게 행동해야 할 때이며, 일자리 창출과 대출 재개, 경제를 성장시킬 에너지, 의료보험, 교육 등에 투자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미국은 장기적인 안목없이 단기적 성취에 안주해 왔다고 지적한 뒤 "완전하게 미국 경제의 힘을 복원하는 유일한 길은 새로운 일자리와 새로운 산업,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으로 이어지는 장기적 투자"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의료보험제도 개혁 및 대체 에너지원 개발 등 중장기적 과제를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의료비용 절감과 의료혜택 확대를 통해 모든 국민이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그는 청정, 재생 에너지를 동력화하는 국가가 21세기를 선도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태양광 기술을 발명했으나 태양광을 생산하는 독일과 일본에 뒤처져 있고, 신형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조립라인을 돌고 있으나 이들 자동차는 한국산 배터리에 의해 구동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래의 일자리와 산업이 미국의 국경 밖에서 뿌리를 내리게 되는 미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금은 미국이 다시 주도권을 쥘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수년간에 걸친 잘못된 의사결정과 글로벌 경제침체가 미국의 자동차 업체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고 진단하고, "우리는 자동차 업체의 잘못된 관행을 보호해 줘서는 안되지만 경쟁력을 갖춰서 (시장에서) 승리하는 자동차 산업이 되도록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목표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재정적자 문제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인 오는 2013년 초까지 연방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뜻을 밝히고, 26일 의회에 제출되는 2010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불요불급한 예산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기능을 못하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지원 중단, 이라크전에서 수 십만달러의 낭비를 초래하는 수의계약의 철폐, 냉전시대 무기체계에 대한 국방예산 삭감, 해외로 일자리를 유출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철폐 등이 예산안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분야에서는 이라크를 이라크 국민에게 넘겨주고 전쟁을 책임있게 종식시키는 방안을 곧바로 발표하겠다고 밝히고, 알카에다 척결과 극단주의와의 전쟁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과 관련해 새롭고 포괄적인 전략을 동맹들과 마련하겠다고 언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리즘과 핵확산, 전염병과 사이버 위협, 극심한 빈곤 등 21세기의 도전과제에 맞서기 위해 오랜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을 만들며 미국 국력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핵확산을 언급하면서도 북한과 이란 등 특정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국정연설에 준하는 형태로 이뤄졌으며, 미국 주요 방송은 이를 미 전역에 실황중계했다.

통상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는 해에는 국정연설을 취임사로 갈음하는 게 관행처럼 돼 왔다.

한편 공화당 소속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 직후 행한 반박형식의 TV 연설에서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여당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 정책에는 문제점이 많다고 비판했다.

진달 주지사는 "오바마 정부가 마련한 7천87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법은 큰 정부를 만들고, 결국 세금만 올려서 미래의 세대에게 부채만 떠맡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진달 주지사는 또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기라고 경고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우리의 고통은 실제상황이기는 하지만 누구도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했다.

또 그는 자신이 속한 공화당에 대해서도 "미국인들이 정부를 제한하고 재정을 억제하며 책임감을 가지라고 공화당 정치인을 선택했지만 공화당원들은 사업 지원이나 대규모 정부 지출이라는 노선을 추종하고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진달 주지사는 인도계 출신 첫 주지사로 오는 2012년 대선에 나설 공화당의 기대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