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첫 원자력발전소인 부셰르원자력발전소가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골람레자 아가자데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는 25일 이란 남부 부셰르원자력발전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셰르 원전의 시험 가동이 시작됐다"고 밝혔다고 이란 통신사 IRNA가 보도했다.

그는 "4∼7개월 가량의 시험 가동을 거쳐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시험 가동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본격 가동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전 건설을 주도한 러시아 국영 원자력회사 로스아톰의 세르게이 키리옌코 사장도 현장을 방문, "원전 건설 단계는 모두 마무리 됐다"며 "우리는 현재 복잡한 절차가 결합된 시험가동 단계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1천㎿급 경수로 발전소를 만들기 위한 부셰르 원전 사업은 1974년 독일 지멘스가 건설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지멘스가 철수한데 이어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발전 설비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이란의 원전 건립 계획은 중단됐다.

1990년대 들어 러시아, 중국, 파키스탄의 협력과 지원으로 핵개발에 본격 착수한 이란은 1995년 러시아와 부셰르 원전 완공을 위한 협력 의정서를 체결, 원전 건설 사업을 재개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여전히 불편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원자력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평화적 용도에 의한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방 국가들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핵무기 개발에 악용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아가자데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심분리기 6천기를 향후 5년간 5만기로 늘릴 계획"이라며 "우리는 당초 계획대로 핵 프로그램을 진행할 뿐 속도를 늦추지도, 높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시설로 이란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1천kg 가량의 저농축우라늄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농축우라늄을 고농축우라늄으로 전환하면 핵무기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서방 진영은 이란의 원전 건설을 지원한 러시아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부셰르 원전에 자국산 핵연료가 장전되고 사용 후에는 러시아로 반환되기 때문에 핵무기 확산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이란이 중동에서 미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교두보로 적격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직.간접적으로 이란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이란이 현재 1천10㎏의 저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이란에서 신고한 것보다 30% 가량 많은 양이라고 밝혔다.

일부 핵 전문가들은 저농축 우라늄 1천kg 가량의 양이면 핵무기 1기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밝혔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