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스스로 깨어야 하고 침대 정리도 직접해야 하고 TV를 보는 것도 제한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의 두 딸인 말리아(10)와 샤샤(7)의 백악관 생활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자녀가 방탕해지지 않도록 키우기 어려운 환경인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두딸을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소개했다.

극장과 볼링장, 수영장이 있고 5명의 전속 요리사와 10여명의 고용인이 언제라도 아이스크림을 내올 수 있는데다 외국여행을 하면 왕이나 유명인들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고 파파라치가 주변을 따라다니는 백악관 생활은 대통령의 어린 자녀를 망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에 들어온 이후 두 딸에게만은 과거 시카고에 살던 시절의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두 딸은 오후 8시면 취침을 해야하고 자명종 시계를 맞춰 놓고 아침에 등교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한다.

침대 정리와 방 청소도 직접 해야 한다.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말한 것이 아이들 침대 정리를 해주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두딸들이 이런 일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CBS뉴스에 자녀들이 아직 자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4년간의 백악관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이런 면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을 마친뒤 아이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자녀들의 선생님과의 면담이나 피아노 연주회 등에도 빠지는 적도 거의 없을 정도로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고 있다.

오바마는 자신이 말리아와 해리포터 시리즈 7권을 큰소리로 같이 읽었다는 것에 자부심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이런 모습은 규칙과 일상적인 생활이 자녀들이 잘 자라나는데 도움이 된다는 오랜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바마가 건강한 식습관을 강조해도 유세 기간에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즐겨 먹고 TV 시청을 제한한다고는 하지만 디스커버리 채널은 보게 한다거나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지는 못하는 등 모든 규칙이 현실에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바마 부부가 가장 원하는 것은 어린 자녀들이 여전히 어린 소녀처럼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한편 신문은 백악관에서 자녀를 행복하고 바르게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은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면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경우 당시 9살이던 딸 에이미가 공립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경우 10대였던 딸 앨리스가 공공장소에서 흡연하거나 밤늦도록 파티에 다니는 등의 문제를 겪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