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는 실리…아프리카서는 명분쌓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모리셔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름으로써 중동과 아프리카 등 5개국 순방을 모두 마무리했다.

후 주석은 10일 도착한 첫 방문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자원 외교를 펼치며 에너지 안보의 틀을 다졌고 말리, 세네갈, 탄자니아, 모리셔스 등 아프리카 4개국 방문에서는 풍성한 선물보따리로 원조 외교를 펼치며 제3세계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과시했다.

중국은 풍부한 잠재적 자원을 선점하고 제3세계의 결집을 통해 미국 등 서방에 대응한다는 다목적 포석으로서 미개척지인 아프리카와의 유대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서방으로부터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린 나머지 수단 다르푸르 사태 등 아프리카 독재정권의 인권 유린행위에 손을 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후 주석의 이번 순방이 이같은 서방의 비판을 불식시키면서 실리는 실리대로 챙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에너지 협정을 통해 에너지 안보의 틀을 다지고 18억달러 규모의 고속 모노레일 공사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걸프협력협의회(GCC)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조기 타결 추진을 약속받는 실리를 챙겼다.

후 주석은 곧바로 이어진 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서는 실리보다는 명분쌓기와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지도국가로서의 이미지 과시에 주력했다.

후 주석은 첫 방문지인 말리에 7천490만달러가 '중국-말리 우정의 다리'를 지어주기로 했다.

세네갈에서 후 주석은 9천만달러 규모의 차관 및 원조 협정에 서명했으며 또 세네갈산 땅콩유 1만t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양국간 교역 확대에도 합의했다.

후 주석은 탄자니아에서는 중국이 제공한 5천600만달러의 차관으로 지은 체육관 준공식에 참석하고 2천500만달러가 투입될 줄리어스 니에레레 콘퍼런스 센터 기공식에도 참석했다.

후 주석은 16일 마지막 방문국인 모리셔스에 도착해 인도양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2억7천만달러 규모의 협정에 서명했다.

후 주석은 이번 순방에서 "중국은 세계 경제위기에도 능력이 되는 데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통해 아프리카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발언권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역설하는 한편 선진국의 아프리카 지원 확대도 촉구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후 주석이 아프리카 순방에서 "중국도 경제위기에도 아프리카를 솔선수범해 지원한다"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후 주석이 방문한 아프리카 4개국은 대부분 자원이 빈약한 빈국으로 이뤄졌으며 무상원조와 차관 등 중국에는 특별한 실익이 없는 내용의 협약을 위주로 진행됐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후 주석의 해외 순방에 앞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의 자원 확보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서방의 비난에 대해 "아프리카산 석유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중국보다 훨씬 많이 수입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국은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나라들이며 자원 외교는 중-아프리카 관계의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