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印 심각한 우려 vs 파키스탄 언론 긍정평가

파키스탄 정부가 친 탈레반 단체와 이슬람 율법(샤리아) 통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평화협정을 맺은 데 대해 미국과 인도 등 관련국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파키스탄 현지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현지 주민들의 평화정착에 대한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는 논조를 보이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현지 일간 '더 뉴스'는 17일 '스와트 주민들 행복, 서방은 그 반대' 제하 기사에서 전날 파키스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협정 체결로 현지 주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 언론이나 일부 진보적인 세력들이 낙담했지만 스와트 주민들은 그들이 원하던 샤리아 통치가 복원된 데 대해 기뻐했고 이를 통해 이 지역에 평화와 충분한 정의가 구현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오히려 신문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이 서방의 압력 때문에 민의를 반영한 이번 협정을 실행을 망설일 만큼 파키스탄 정부의 힘이 미약한 점이 개탄스럽다고 평가했다.

또 일간 '파키스탄 옵서버'도 북서변경주(州) 정부와 이슬람율법실행운동(TNSM)간 평화협정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주정부가 평화정착 및 주민간 화해를 위해 마련한 방안들을 집중 조명했다.

일간 '돈(Dawn)'도 파키스탄 말라칸드 지구에 도입되는 샤리아 통치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행해온 율법통치와는 다르다는 하이데르 호티 주정부 총리의 발표 내용을 강조했다.

또 평화협정 서명 이후 TNSM 지도자인 수피 모하메드가 지르가(부족 원로 회의)를 열어 무기를 내려놓도록 무장단체를 설득할 것이라는 계획도 소개했다.

이와 관련. 파키스탄 주재 한 외교소식통은 연합뉴스에 "엄청난 피해를 유발했던 정부군과 무장세력의 갈등이 일단락된 데 대해 주민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과거 유사한 평화정착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평화협정 체결 이후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인도 등 파키스탄발 테러와 맞서는 관련국들의 반응은 아주 비관적이다.

인도를 방문 중인 리처드 홀브룩 미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특사는 17일 프라납 무케르지 인도 총리대행과의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현재 스와트밸리에서 벌어지는 일은 미국과 인도, 파키스탄 모두에게 위협요인"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무케르지 장관도 공식 언급을 피했지만 홀브룩 특사와의 면담에서 탈레반에 굴복한 파키스탄 정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 정부 지도자들은 홀브룩과의 면담에서 파키스탄 군부가 여전히 탈레반의 후원자인 만큼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전했다.

파키스탄 북서변경주와 친탈레반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인 TNSM은 16일 탈레반 장악지인 말라칸드 지구에 샤리아에 의한 통치를 보장하고 TNSM이 영구적으로 무력을 포기하는 내용의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