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 기자회견에서 횡설수설해 물의를 빚은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재무상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나카가와 재무상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언동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의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도 예산안과 관련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한 직후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가와 재무상은 야당 측이 문책결의안을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며 즉각적인 사퇴를 압박하자 국회 운영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상을 겸하는 그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의 핵심 각료로, 그의 사의 표명으로 가뜩이나 지지율 추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아소 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카가와 재무상은 지난 14일 로마에서 폐막한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나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술에 만취한 듯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추태를 보여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었다.

그는 귀국 후 감기약을 과다 복용한 탓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내외 언론에서는 폭음 의혹을 제기했었다.

나카가와 재무상은 아소 총리의 측근으로 지난해 9월 아소 내각 출범 때 이례적으로 금융상까지 겸하는 등 각별한 신임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전에도 폭음 탓에 기자회견 등에서 혀가 돌지 않아 횡설수설한 전력이 있는 등 각료로서 적격성을 의문시하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아소 내각에 대해서는 최근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대로 급락함에 따라 오는 9월까지는 임기만료로 치러져야 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에서는 "아소 총리로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후퇴로 일본의 경기가 예상 밖으로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대책을 진두지휘해야 할 중요 각료의 사임으로 경제적으로도 적지않은 여파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는 나카가와 재무상의 즉각적인 사퇴를 거듭 요구하며 그가 자리에 남아있는 한 문책결의안을 참의원에 제출, 가결한다는 방침이다.

참의원은 야당이 다수세력이어서 문책결의안을 제출할 경우 통과가 예상된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