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나카가와 쇼이치 재무상이 최근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담 참석 후 기자회견에서 술에 취한 듯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연출해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

나카가와 재무상은 지난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폐막된 G7 회의가 끝난 뒤 가진 회견에서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엉뚱한 답변을 연발하는가 하면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갑자기 옆자리의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의 물컵을 건드리는 등 비정상적인 언동을 보였다. 그는 회견 도중 한 외국 기자의 질문에 "어디야"라고 말하며 기자석을 둘러보기도 했고,"일본이 아시아개발은행(ADB)에 1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거나 "일본의 기준금리(현재 연 0.1%)가 0~0.25%"라는 틀린 말도 했다. 0~0.25%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다.

때문에 회견장에 참석했던 국내외 기자들 사이에선 나카가와 재무상이 술에 취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그는 알코올중독에 가까운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아소 다로 총리의 친구라는 인연으로 재무상에 올랐다. 자민당의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16일 한 방송프로에서 "(나카가와 재무상이) 술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술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폭음으로 인한 해프닝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 언론들은 세계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한 각료가 정부의 정책을 세계에 알릴 중요한 기회에 이상한 행동으로 망신을 당한 데 대해 각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지적했다. 나카가와 재무상은 귀국 후 1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G7 회담 전날 비행기에서 술을 마신 데다 감기약을 과다하게 복용한 게 원인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