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부 대형 은행(large bank)이 이미 지급불능(Insolvent) 상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 보유자산의 부실화가 심각해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 없이는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14일 뉴욕타임스(NYT)는 경제 · 금융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일부 대형 은행 부실의 심각성을 전하며 이들을 '형장으로 향하는 사형수(Dead men walking)'에 비유했다. 신문은 은행이 갖고 있는 자산을 현재 시장가격으로 엄밀하게 평가하면 대형 은행 중 자본잠식에 빠진 곳이 나올 수 있다며 해당 은행들은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실자산 문제를 치유하지 않는 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신용위기가 계속될 것이며,은행들이 대출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대출 손실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미 금융사의 손실 규모가 최대 3조600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미국의 은행시스템은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라고 주장했다. 금융전문가들은 민관투자펀드(PPIF)를 만들어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대신 정부가 직접 나서 부실 은행들을 정리하고,살아남은 은행의 부실자산을 서둘러 매입해줘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지방은행 4곳이 추가 폐쇄되면서 올 들어 미국의 파산 은행 수는 13개로 늘어났다. 이번에 파산한 은행들은 네브래스카주의 셔먼카운티뱅크,플로리다주의 리버사이드뱅크오브걸프코스트,일리노이주의 콘벨트뱅크앤드트러스트,오리건주의 피나클뱅크 등이다. 이로써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미국의 파산 은행 수는 38개로 늘어났으며,마켓워치는 내년까지 수백개 이상의 파산 은행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