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프리카 동북부로 흐르는 나일강의 물줄기를 선점하기 위해 하류지역의 이집트와 상류지역의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이 마찰을 빚고 있다. 터키는 유프라테스강 상류에 아쿠아댐을 건설해 시리아로 흘러들어가는 강물을 차단하면서 '물의 무기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아랍 국가의 '원유 무기화'에 물로 맞대응하고 나선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다뉴브강을,인도와 방글라데시는 갠지스강을,미국과 멕시코는 리오그란데강을,이란과 아프카니스탄은 헬만드강을,페루와 에쿠아도르는 자루밀라강을,프랑스와 스페인은 카롤강을,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나와는 초베강을 두고 각각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물론 국가 간 물 분쟁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예부터 국경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강물을 놓고 인접국들은 치열한 쟁탈전을 벌여왔다. 시리아가 이스라엘 요르단 등의 '생명수'인 요르단강 상류에 댐 건설을 추진한 게 발단이 돼 1967년에 일어난 3차 중동전쟁은 그 대표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문제는 근래 들어 물 부족현상이 심해지면서 수자원문제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물 부족사태로 인해 인류가 생존의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마저 잇따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유엔은 세계 물부족 인구가 지난해 7억명에서 2025년에는 30억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으며,비정부기구인 세계미래회의(WEF) 또한 향후 10년 안에 요르단강 나일강 인더스강 티그리스 · 유프라테스강 등에서 '3차 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경제포럼도 글로벌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로 수자원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 세계의 많은 지역이 '수자원 부도상태(water bankruptcy)'에 직면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제는 석유 파동이 아니라 물 파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비단 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물포럼의 물빈곤지수(WP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심각한 물부족 국가는 아니지만 물기근이 발생할 수 있는 '물 스트레스국가'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근래 들어 지구온난화 등으로 강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미 물 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마당이다.

이로 인해 부산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물 공급문제를 놓고 분쟁이 빚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자체들이 서로 대립과 반목하는 상황이 빚어질 것은 물론 물부도 사태를 초래할지도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수자원 개발을 위한 뾰족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노벨 평화상과 과학상을 동시에 받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일 법하다.

그렇다고 물 문제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돗물 등의 누수를 줄이고 사용한 물을 다시 활용하는 일부터 우선 실천에 옮기면 어떨까 싶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수자원 보전세를 물려 소비를 줄인 싱가포르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