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에서 '땅 양보'에 기반을 둔 중동 평화협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보수 정당들이 약진하면서 향후 중동 평화협상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파인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이 이끄는 여당 카디마당이 총 120석의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28석을 획득했다.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의 보수 야당 리쿠드당은 27석을 확보하며 제2정당으로 떠올랐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함에 따라 다수 정당을 중심으로 앞으로 최대 6주간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치열한 물밑 교섭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에서는 전통적으로 상징적 국가수반인 대통령이 다수당의 대표에게 연정을 구성할 권한을 위임해왔다. 따라서 친 카디마당 성향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다수당인 카디마당의 리브니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리브니를 중심으로 연립정부 구성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반면 리쿠드당을 포함한 우파 정당들이 모두 65석을 차지하며 약진해 네타냐후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16석을 얻으며 3위 정당으로 부상한 극우정당인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대표가 차기 연정의 총리를 결정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 정부의 외무장관인 리브니가 차기 총리가 된다면 팔레스타인에 일정 부분 땅을 할애하고 정부 수립을 허용하는 중동 평화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방침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네타냐후가 총리가 된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은 지속되고,이스라엘과 미국 간 관계도 금이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