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성들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여성의 정숙'을 강요해온 극우 힌두단체에 야한 핑크색 속옷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1일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술집에 드나들고 헤프며, 뻔뻔스런 여성 공동체'라는 단체에 소속된 회원들은 최근 극우 힌두단체인 스리 람 세나(SRS) 지도자 프라모드 무탈리크(46)에게 속옷과 콘돔 등 1천여개의 '야한 선물'을 발송했다.

또 이들이 보낸 선물 가운데는 인도의 성애 관련 고전인 카마 수트라와 누드 영상이 담긴 DVD, 큐피드의 활과 화살,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유행시킨 칵테일 '코스모폴리탄' 등도 섞여 있다.

어찌 보면 장난스러워 보이는 여성들의 속옷 시위는 그러나 여성에게 과도한 정숙을 요구하고 심지어 외부 활동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등 마치 탈레반을 닮아가는 극우 한두단체에 대한 격렬한 도전이다.

RSS(힌두민족자결단), 바즈랑 달, 시브 세나 등으로 대표되는 인도의 극우 힌두교도 집단은 소수인 이슬람 및 기독교의 확산을 막으려고 이들과 유혈 충돌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극우 힌두교도 집단의 아류인 SRS는 서구화와 함께 인도 사회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성 개방을 막는다는 논리로 여성들에게 과도한 정숙을 강요하기로 악명이 높다.

관능적인 표현이 들어간 예술 작품은 물론 밸런타인데와 같은 서구 문화의 확산을 막기 위한 캠페인에 나서는 것은 물론, 지난달에는 남부 카르나타카주(州) 망갈로르에서 선술집에 40여명의 회원을 보내 여성을 집단 폭행해 인도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SRS의 폭력이 도를 넘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동조하는 정계 지도자들이 관련자들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항의하는 일부 여성들이 인터넷에 모임을 만들고 '핑크 속옷 캠페인'을 벌이게 된 것.
그러나 이런 여성들의 항의에도 SRS는 자신들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여성들의 속옷 공세를 받은 물라티크는 "핑크색 속옷 선물은 그 여자들의 됨됨이를 드러낸 것"이라며 "나는 답례의 뜻으로 사리(인도의 여성용 전통의상)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