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검찰은 17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오다 9일 저녁 끝내 세상을 떠난 엘루아나 엔글라로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1992년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처한 엘루아나는 그동안 생명유지 장치를 통해 영양 공급을 받아왔으나, 가족들의 희망과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난 6일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했다.

엘루아나의 사망 원인은 신부전증이나 심장마비로 추정된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이 10일 전했다.

검찰측은 이번 부검 과정에 고인의 아버지 베피노 엔글라로의 참관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안락사 반대론자들은 통상 뇌사자가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한 뒤 길게는 2주일 정도까지 생존할 수 있는데 비해 엘루아나가 나흘 만에 숨졌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녀에 대한 안락사 허용 판결은 국민의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우파 성향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그녀에게 영양 공급을 재개하라는 내용의 긴급 총리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죠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 총리령에 대한 서명을 거부했다.

특히 엘루아나가 9일 저녁 숨을 거둔 시각에 이탈리아 상원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제출한 영양공급 재개 동의안을 심의 중이었고, 그 소식이 전해진 후 여.야 간에 치열한 논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극우 성향의 집권 `자유국민당'은 엘루아나가 "살해됐다"고 주장한 반면, 중도좌파 성향의 제1 야당인 민주당은 "개인의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