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춘제(春節.설)와 정월 대보름의 폭죽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올해는 관영 중앙(CC)TV 신축 사옥의 부속건물에서 대보름인 9일 밤 폭죽으로 인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중국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베이징시 공안국은 10일 공터에서 쏘아올려진 위험도 A급의 대규모 폭죽 불꽃이 신사옥 단지의 문화센터 건물에 붙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이 귀신과 액운을 쫓고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터뜨린 폭죽이 중국의 새로운 상징으로 각광받던 신축 건물의 위용을 앗아갔고 화재 진화에 나선 29세된 젊은 소방관의 아까운 목숨을 빼앗은 것이다.

중국에서 폭죽놀이로 인한 각종 화재와 인명사고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밤 푸젠(福建)성 창러(長樂)시의 한 카페에서 폭죽으로 인한 화재로 15명이 숨졌다.

이달 초 기준으로 공안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폭죽놀이 등의 원인으로 중국 전체에서 춘제 연휴기간 1만5천600건의 화재가 발생, 70명이 숨진 것이다.

폭죽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대목을 맞아 한 밑천을 잡아보려는 불법 폭죽공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까지 합치면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중국 베이징시는 2005년까지 12년간 안전문제와 경제 손실을 우려해 시 전역에서 폭죽 발사를 금지했으나 2005년부터 규정을 정해두고 시내에서도 폭죽 터뜨리기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CCTV 신축건물 화재가 일반인이 터뜨릴 수 없는 A급 폭죽을 터뜨려 발생하는 등 이같은 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베이징에 사는 사람들은 시내 간선도로에까지 밤늦도록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폭죽을 터뜨리기 일쑤라 시민들이 밤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이고 행인들 뿐 아니라 운전자들까지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죽을 과거와 같이 다시 제한해야 하는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소비 진작을 독려하는 중국에서 폭죽 특수가 가진 이점을 고려할 때 쉽게 제한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춘제 기간 액운을 쫓고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폭죽을 터뜨리는 전통이 있는 중국에서 13억 중국인의 폭죽 사랑은 지나칠 정도로 각별하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