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회복의 최대 위협은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일부 국가의 비시장적 정책입니다. "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회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9일 "잠재적인 정책 실패가 세계경제의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최근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When markets collide · 사진)'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l?nBP)되며 주목받고 있는 엘 에리언은 하버드대학 기금을 운용하면서 52조원의 수익을 거뒀던 세계적인 펀드매니저이기도 하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세계경제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수출머신' 이머징마켓 10년후엔 최대 소비국 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언제쯤 끝날 것으로 보는가.

"세계는 지금 주기적인 혼란과 장기적인 재조정의 한가운데 있다. 세계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빠른 속도로 재가동시킬 수 있는 마법의 버튼은 없다. 세계 각국의 대규모 구제금융이 비즈니스를 예전처럼 되돌려놓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세계가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가는 험난한 여정을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경기침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 "

▶1930년대 대공황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가장 큰 차이점은 각국의 정책당국자들이 대공황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슨 조치든 취할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책들이 충분히 효과적인가 하는 점이다. 세계경제 회복의 최대 위협은 잠재적인 정책 실패다.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많은 나라들이 재산권과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는 파괴적이고 비시장적인 정책에 의존하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

▶그렇다면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주택,금융,미국의 소비 그리고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 등 4개 부문의 안정에 역점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들 부문은 과거 경제성장을 가속화시켜왔지만 이제는 성장동력을 갉아먹고 있다. 막대한 재정자금 투입이 2차 버블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충분히 투입하지 않는 게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는 글로벌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세계경제 성장의 주요 원천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중국은 정책의 유연성,막대한 외환보유액 그리고 제한된 수준의 금융 레버리지 등으로 (경제위기 대처에) 좋은 여건에 있다. "

▶이머징마켓을 어떻게 보는가.

"많은 이머징마켓 국가의 중장기적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 브라질 중국 인도를 좋게 보고 있다. 이들은 수세대에 걸쳐 성장동력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향후 10년간 이머징마켓은 소위 '수출 머신(Export machines)'에서 소비국으로 변화할 것이며,이 과정에서 언젠가 이들 국가는 최대의 수입국이 될 것이다. "

▶하버드대학 기금을 운용하는 하버드투자자문 CEO를 역임하면서 무려 52조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비결이 있다면.

"돈을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무엇이 옳은지뿐 아니라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

▶한국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이해하고 자기 변혁을 이루길 바란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말했듯이 새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기존 아이디어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투자자들이 (세계의) 구조적인 변화와 전환점을 한발 늦게 깨닫고 대응할 위험은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자기 변혁이 쉽거나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덜 위험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