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대응,867억위안(약 17조원)의 긴급지원 자금을 편성하는 등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중국에 사상 첫 가뭄 1급 경계령이 발동된 가운데 중국 정부는 피해지역 농민들을 위해 867억위안의 지원 예산을 배정했다고 신화통신이 7일 보도했다.

중국 재정부는 716억위안을 피해 농민들이 가뭄 극복을 위한 물자를 구입하는 데 지원하고,나머지 151억위안을 밀 재배 생산업자들의 수입 보전에 사용키로 했다.

이에 앞서 국무원은 3억위안의 추가 자금을 지방 정부에 배정하고 가뭄 피해 농민들에게 한달 내에 즉각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또 남부 양쯔강 물을 동북부 지역으로 끌어 오는 남수북조(南水北調) 프로젝트에 213억위안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국무원에 설치된 가뭄대책지휘본부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허난성 안후이성 등 12개 성 · 자치구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올 여름 수확하는 겨울밀의 재배지 가운데 절반인 44%가 이번 가뭄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 밀 생산지인 허난성의 일부 지역엔 지난 11월 이후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고 있다.

당국 집계에 따르면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1억5500만무(畝 · 1무는 666.66㎡)에 이른다. 또 429만명과 가축 207만마리가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인구 1700만명인 베이징의 경우 지난 100일간 눈이나 비가 오지 않아 조만간 식수사정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중국 최악의 가뭄으로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전체에 2002년 대황사에 버금가는 극심한 황사 피해도 우려된다.

중국 국가홍수가뭄방지총지휘부는 가뭄 피해가 확산되자 최근 가뭄경보를 기존 2급에서 1급으로 승격했다. 1급 가뭄경보는 경보 급수로는 가장 높은 단계로 철도와 교통,항공당국 등이 가뭄예방 물자를 최우선적으로 운송하도록 하는 등 국가 비상체제 가동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또 인공강우를 실시하고,황허 유역 댐 방류량을 늘리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뭄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황허 상류 5개 대형댐의 방류량을 초당 290㎥에서 700㎥로 세 배 가까이 늘려 수자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중국 인민해방군은 8일 광저우 지역에 수송기 2대를 동원해 인공강우와 구호물품 전달 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피해지역이 워낙 넓어 인공강우로도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