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변호사.기업인 등 법인카드로 성매매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인과 변호사, 기업인, 미디어업체 경영진 등이 법인 신용카드로 성매매 비용을 지불했다고 성매매조직을 운영한 여성이 폭로해 과도한 보너스 문제로 지탄받았던 월가의 도덕성에 또 다른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포주인 이 여성은 검찰이 자신만 처벌하고 성매매를 한 고객들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혀 검찰이 이번 폭로를 계기로 수사에 나서 이들의 불법행위를 밝힐지 관심이다.

美 ABC방송은 6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100여명의 여성으로 이뤄진 대규모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다 지난해 검찰에 적발됐던 '뉴욕 마담' 크리스틴 데이비스가 이날 밤 방송될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데이비스는 9천800명에 달하는 고객 명단을 ABC 방송측에 공개하고 금융인과 최고경영자(CEO) 등이 시간당 2천달러에까지 달하는 성매매 비용을 법인카드로 지불했다고 폭로했다.

데이비스는 고객 중 일부에게는 법인카드로 비용을 청구했다면서 이들이 성매매 대금을 회사로부터 정산할 수 있도록 컴퓨터 컨설팅비나 건축비용 등의 명목으로 매달 대금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CEO의 경우는 회사에 성매매 대금임을 속이기 위해 창고 지붕 수리비로 청구서를 보내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가 ABC 방송에 준 고객 명단에는 고객에 관한 정보와 신용카드 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명단에서 모 방송사 부회장, 뉴욕의 대형 부동산개발업자, 월가 법률회사의 파트너 및 리먼브러더스, JP모건체이스 증권,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등에서 일하는 금융인,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 공동소유자 등을 확인했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이중 부동산개발업자는 10만달러 가까이 썼다고 돼있고 법률회사의 파트너는 총 2만달러를 썼다고 명단에 기록돼 있다.

또 이들이 어떤 여성을 원했는지, 어떤 특이한 행동을 했는지 등도 기록돼 있다.

ABC 방송은 이들 중 자신들이 확인을 위해 접촉했던 몇몇은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것을 부인했다면서 창고 수리비로 비용을 청구하라고 한 CEO의 경우는 자신이 사업상 접대를 위해 그곳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성매매는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수사를 받을 때도 이와 똑같은 명단을 검찰에 제출했지만 맨해튼 지방검찰청의 검사들은 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채 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BC 방송은 검찰 대변인이 데이비스의 주장과 관련한 확인에 '노 코멘트'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데이비스의 폭로에 따라 월가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이것이 검찰에도 압박이 될 전망이다.

전직 뉴욕 검사인 시드 바움가튼은 ABC 방송에 "이것은 부정행위"라면서 검찰이 남성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성매매 거래 기록과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 사기나 세금 부정이 있다면 이는 주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헤지펀드에서 일하다 해직된 뒤 성매매 사업을 시작한 데이비스는 4년 주기로 이름을 바꿔가며 대형 성매매 조직을 운영해왔고 일류 패션 모델 등을 고용해 시간당 최고 2천달러까지 받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몇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의 아파트가 월가의 주요 성매매 장소로 활용됐고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에도 3곳을 운영했다.

데이비스는 성매매 조직 운영을 통해 한주에 20만달러까지 벌기도 했다고 밝혔다.

데이비스는 그러나 지난해 3월 엘리엇 스피처 당시 뉴욕 주지사가 다른 성매매 조직을 통해 성매매를 했다가 사임하는 파문이 불거졌을때 체포돼 죄를 시인하고 3개월 형과 47만5천달러의 벌금에 처해졌다.

데이비스는 이날 발간되는 자신의 책 '맨해튼 마담'에서 스피처 전 주지사도 한때 고객이었으나 여성들에 대한 거친 행동으로 인해 고객에서 제외됐다고 소개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