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의 보수한도를 50만 달러로 정했습니다.또 임원들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주식 배당 외에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정부가 구제금융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관심은 이런 규제를 어떤 금융사에 적용하느냐인데요.미 정부는 앞으로 파산위기에 몰려 대규모 세금 지원을 받는 예외적인(exceptional) 경우에 국한할 것으로 보입니다.다시 말해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수백개의 은행들 모두가 이런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연봉 상한 규제가 월가의 보수체계를 크게 바꾸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하지만 금융권 추가구제금융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월가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월가 금융사들은 최근 들어 몸을 일제히 낮추고 있습니다.골드만삭스는 3월초 마이애미 호텔에게 개최할 예정이던 연례 헤지펀드컨퍼런스를 취소한다고 고객들에게 통보했습니다.은행들의 소비행태에 대한 세간의 감시가 시퍼런 상황에서 화려한 행사를 강행할 경우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 조치입니다.

2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월스파고도 전날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라스베이거스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고요.두차례 구제금융을 받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유중인 7대의 전용기 중 3대를 매각할 계획입니다.앞서 거액의 손실을 기록하고 파산 위기에 몰려 정부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은 씨티그룹도 5000만달러 상당의 호화 제트기를 구입하려고 시도했다가 외부의 비난을 의식해 취소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는 금융사들은 자신들에게는 이런 규제가 의미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모건스탠리 대변인은 “자기자본비율(티어 1)이 높아 구제금융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만큼 자신들은 연봉 규제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골드만삭스는 이미 받은 공적자금도 서둘러 상환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오명을 벗겠다는 것인데요,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는 구제금융을 받게 되는 금융사는 부실 금융사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포괄적 구제금융안…부실 자산 보증에 무게 실릴 듯.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이 다음 주 월요일 포괄적인 금융구제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배드뱅크를 포함해 지금까지 논의됐던 다양한 지원 방안이 포함될 예정인데요.특히 부실 자산의 손실을 보장하는 보증을 제공하는 데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이런 방식은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적용됐던 방식인데요.부실자산의 손실이 발생하면 처음 일정액은 금융사가 부담하고 추가손실을 정부가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 입장에서 한꺼번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부담을 덜 수 있고 금융사는 부실증가로 인한 파산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물론 해당 은행은 주식 발행을 통해 일정액의 보증료를 내야 합니다.

물론 배드뱅크도 설립됩니다.하지만 공정한 시장가(mark-to- market)를 적용해 매입해준다는 방침입니다.이렇게 되면 부실자산이 많은 은행들은 부실 규모 노출로 파산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자칫 한꺼번에 예금이 인출되는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배드뱅크에 자산을 넘기기 보다는 보증 방식을 선호하게 될 것을 보입니다.지금까지는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가로 은행들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발행해왔지만 앞으로는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우선주를 발행해야 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오바마 정부가 세심하게 마련한 포괄적인 구제금융책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지금까지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