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정치권 실세를 나타내는 징표도 바뀌었다.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그의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 초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실세의 상징이었다. 오바마 정부에선 오바마의 스마트폰인 블랙베리 이메일 주소를 확보했느냐 여부가 기준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보물 1호'인 블랙베리를 백악관 안팎과 개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신수단으로 허가받은 데 따른 현상이다.

현재 누가 오바마의 이메일 주소를 갖고 통신을 주고받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메일을 확보했어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오바마 측근 중에서는 백악관의 램 이매뉴얼 비서실장,데이비드 액설로드와 밸러리 재럿 선임고문,로버트 깁스 대변인 정도가 이메일 주소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나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켄 살라자르 내무장관 등 다수의 주요 의원과 각료들도 대통령의 이메일 주소를 모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주소를 알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상의 이유로 연락할 수 있는 인사 숫자를 압축했기 때문에 이메일 주소를 가진 사람은 오바마와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실세 중의 실세인 셈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실세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다.

빌 클린턴 전 정부에서 수석보좌관을 지낸 조엘 존슨은 오바마식 이메일 소통과 관련,"특정 인사들이 언제나 대통령에게 다가갈 수 있는 21세기판 특별접근권"이라고 규정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이메일을 통한 해킹을 예방하기 위해 수시로 주소를 변경하고 있다. 외부 인사들의 경우 주소를 갖고 있더라도 먼저 대통령에게 메일을 보내 업무에 방해를 주기보다는 대통령으로부터 메일을 받은 뒤 답신을 보내는 형식으로 사용한다는 후문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