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총리 건강상 이유 사임

지난해 8월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그루지야 정국이 혼돈에 빠진 가운데 3개월 만에 또다시 총리를 교체하게 됐다고 2일 모스크바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40) 그루지야 대통령은 지난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그리골 므갈로블리슈빌리(35) 총리의 후임으로 1일 니카 길라우리(33) 재무장관 겸 부총리를 임명했다.

의회의 총리 인준안이 통과되면 길라우리는 지난 2003년 장미혁명으로 권좌에 오른 사카슈빌리 대통령 집권 하에서 5번째 총리가 되는 셈이다.

또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신임 재무장관에 카하 바인두라슈빌리(30) 재무 차관을 승진, 임명했다.

므갈로블리슈빌리 전 총리의 사임을 두고 억측이 일고 있지만, 신장 치료를 위해 최근 독일까지 다녀온 것으로 미뤄 건강상의 이유가 크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그의 병은 업무 과중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그루지야 한 언론사는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므갈로블리슈빌리 전 총리의 뺨을 때리고 전화기를 던졌고 이 일로 그가 사직서를 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폭행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었다.

개혁 실패 등으로 국민의 따가온 비난을 받아온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1월 반정부 시위를 강제 진압하면서 사임 위기에 몰렸으나 이듬해 1월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 간신히 정치 생명을 유지했다.

반정부 시위 당시 국면전환용으로 은행가 출신의 라도 구르게니드제를 총리에 앉혔지만 지난해 8월 전쟁 이후 정부를 개편한다며 구르게니드제 총리를 11개월만에 전격 해임하고 그 자리에 터키 대사를 하던 므갈로블리슈빌리를 임명했다.

현재 야권으로부터 강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총리 임명 후 "정부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를 살리려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치 군대 사령부처럼 일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인 보수당의 카하 쿠카바 대표는 "벌써 5년 사이 우리는 5번째 총리를 맞게 됐는데 이는 남미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꼬면서 "그루지야가 직면한 문제는 총리와 정부가 아니라 대통령이다.

"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