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뒤 집 못팔아 `불편한' 동거도

경기침체로 인해 실직하면 위자료를 적게 줘도 되기 때문에 최근 이혼법정으로 향하는 영국의 부유층이 급증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특히 이혼뒤에도 집을 팔지 못해 함께 불편한 동거를 하거나 이혼조건이 유리한 지역으로 이혼여행을 떠나는 부유층 남성들까지 등장했다.

이혼 담당 변호사와 결혼 상담사들에 따르면 실직했거나 일자리가 불안한 수많은 부유층 남성들이 실직으로 예전처럼 많은 돈을 벌수 없게 되면 위자료를 적게 지불해도 되기 때문에 이혼을 서두르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잘 나가는 이혼 전문 변호사인 바네사 로이드 플라트는 "이혼변호사들이 보통 1,2월에 바쁘지만 올해와 같은 때는 없었다"며 "경기침체를 이유로 필사적으로 이혼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들이 연말휴가 때 홀연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이혼을 원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상당수는 회사에서 쫓겨난 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전에 이혼을 서두르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럴 경우 위자료를 많이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어린이 넷중 한 명은 이미 이혼한 가정에서 살고 있으나 최근들어 재정적 압박에 따른 이혼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파경에 이른 부부가 부동산 시장 붕괴로 집을 팔 수 없게 되자 `멀어진' 상대방과 어쩔 수 없이 동거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이혼 박사'로 통하는 프랜신 케이 이혼 상담사는 "경제적 상황이 영국인의 결혼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혼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도 그들의 재산을 처분할 수 없어 이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00만 파운드짜리 집을 갖고 있는 어떤 부부는 집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되자 각자 사용하는 방을 정하고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공유 공간을 이용할 시간을 따로 정하는 비극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어떤 여성은 신용위기로부터 그들의 집을 지키기 위해 이혼을 하기도 했다.

잉글랜드보다는 스코틀랜드에서 이혼하면 남자들에게 조건이 유리하기 때문에 부유한 남성들 사이에는 스코틀랜드로 `이혼여행'을 떠나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까지 크게 늘고 있다고 스코틀랜드의 한 변호사는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