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패자(loser)로 만들 수 있는 위험한 (환율) 설전'(뉴욕타임스)에 불을 붙인 것은 미국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22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믿고 있다"며 포문을 여는 동시에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미 · 중 · 일 '3각 환율 전쟁'을 촉발시켰다.

미국 정부는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의 위기가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국(미국)과 흑자국(중국 일본) 간의 '글로벌 불균형'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로 미 국채를 대거 매집하는 바람에 미국 내 이자율이 낮아지고 돈이 넘쳐 결국 버블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확산되는 경제 국수주의] NYT "'환율전쟁'은 모두 패자로 만드는 위험한 게임"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해 온 중국에 '원죄'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높여 대미 흑자를 줄여야 한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미 정부는 그동안 환율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중국 정부에 여러차례 촉구해 왔다.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도 공식적으로 중국의 환율정책을 비난하진 않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위안화 가치 절상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가이트너의 이번 발언은 모든 교역국가는 환율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되는 유연한 환율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경고' 수준에서 나아가 중국을 '환율 범죄자'로 낙인 찍은 것이란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도 중국의 환율정책을 바꾸기 위해 가능한 모든 외교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수출을 통해 번 외화로 미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현재의 리사이클링(순환) 구조에서 양국 간 환율 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미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거대한 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흑자로 흘러드는 달러를 다시 미 국채를 사는 데 돌려 위안화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달러 가치 추락은 보유 자산의 막대한 손실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미 · 중 · 일 3국 간 환율 전쟁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퇴색시키고 지구촌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