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협상용 분석..北핵실험 재개 가능성도 전망

AP를 비롯한 외국의 주요 뉴스통신사와 신문, 방송들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30일 오전 성명에서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사항들"에 대한 무효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점을 상세하게 보도하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외신들은 조평통이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며 "이런 형편에서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북남합의는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됐으므로 우리는 그 합의들이 전면 무효화되었다는 것을 정식 선포한다"고 주장한 내용을 전했다.

조평통 성명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폐기'하겠다는 대목이 포함된 점과 함께 외신들은 1999년과 2002년 서해상에서 발발한 연평해전으로 북측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도 지목했다.

우리 정부가 북측의 이런 태도에 유감을 표했다는 사실도 외신을 통해 타전됐으며, AP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 남북관계가 냉각됐다는 점과 서해 NLL이 미국 주도의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지정됐다는 점도 적시했다.

AFP와 dpa, 뉴욕타임스 등은 북측의 이번 '무효화' 선언이 지난 17일 북한군 총참모부의 '전면 대결태세' 성명에 뒤이어 발표된 것임에 주목했다.

이어 BBC뉴스를 비롯한 대부분 외신은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이번 움직임이 미국의 새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대미 협상용' 성격이 짙다고 풀이했다.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도 물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의 시선을 끌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게 외신을 통해 나타난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외신을 통해 견해를 표명한 전문가들은 남북한 간 무력충돌 재발 가능성에 대해서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한 뒤 남측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본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무력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로이터통신은 '무효화' 선언 이후 북한이 긴장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적게는 서해상에서 NLL 이남 수역이나 남측 선박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마지막 남은 남북간 경제협력수단인 개성공단을 북한이 폐쇄하겠다고 나설 경우 북한의 외화 수입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만을 낳을 공산이 크며, 군사적 위협은 북한 정권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 협상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조평통이 성명에서 휴전협정조차도 '쓸모없는 문서조각'이라고 비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오후 3시까지 주요기사 목록에 조평통 성명 발표 사실을 포함시키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