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간에 사사건건 언론을 탓하는 정치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국 대선 때만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비판적이거나 선거에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가 취재봉쇄 조치를 당하는 등 언론인의 수난이 이어졌다.

시사주간 타임의 칼럼니스트인 조 클라인은 대선일까지 넉 달 동안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과 세라 페일린의 전용기를 타지 못했고, 뉴욕타임스 기자인 모린 다우드는 매케인과의 동행 기자단에서 배제됐다.

1988년 대선에 출마한 팻 로버트슨 후보는 인물평에 자신에게 껄끄러운 내용을 담은 T.R 레이드 워싱턴포스트 기자를 전용기에 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정치인의 '언론 때리기'는 유권자들에겐 관심도 없는 이슈란 점에서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를 지적했다.

이미 언론에 대한 많은 유권자의 인식이 낮은 상태에서 정치인의 미디어 공격은 선거를 유치한 싸움으로만 비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리를 실천에 옮긴 훌륭한 모델은 역설적이게도 매케인이었다.

매케인은 2000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기자들의 취재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비록 경선에서 조지 부시에게 패했지만 당시 매케인에 대한 언론 보도는 항상 우호적이었다.

그는 기사 내용이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취재봉쇄나 인터뷰 거부는커녕 한마디의 불평도 늘어놓지 않았다.

대신 매케인은 버스 앞좌석에 앉아 참모들과 선거전략을 숙의하는 대부분 후보와 달리 버스 뒷좌석으로 건너가 동행 기자들과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매케인 진영이 유명 블로거를 '언론 저격수'로 고용하는 등 언론 때리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