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열띤 토론…신속ㆍ과감한 대응 촉구

닷새 간의 일정으로 28일 개막된 다보스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첫 날부터 다양한 토론세션과 공식 기자회견, 그리고 개별적 인터뷰 등을 통해 현 글로벌 금융 및 경제 위기에 관해 자신들의 의견을 활발히 개진했다.

이날 세션들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기후변화나 식량위기, 노령화 등과 같은 중.장기적인 이슈들보다는 당장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대다수가 다보스 날씨 만큼이나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 "2009년 잊고 싶은 해가 될 것" = `새로운 경제시대'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올해 세계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위축될 전망이라면서 "우리는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도전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로치 회장은 "세계경제 성장률이 약 2.5%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그는 미국 소비자는 현재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다년간에 걸친 밸런스 회복 과정의 단지 첫 단계 놓여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 역시 생산을 확장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스틴 린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세계는 예상보다 긴 침체에 빠져 있고 아직 바닥을 치지 못했다"고 경고했다.

또한 `글로벌 불균형의 뼈아픈 교훈들'이라는 주제의 토론세션에서도 하워드 데이비스 LSE(런던정경대학) 학장은 "상황은 훨씬 악화되고 있다는 비즈니스 서베이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면서 "전망이 아주 어둡다"고 우려했다.

제이콥 프렌켈 AIG 부회장은 이날 다보스에서 블룸버그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의 최악의 상황이 지나간 것이 아니며 올해 대다수의 나라에서 성장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렌켈 부회장은 이어 "문제는 끝나지 않았고, 2009년은 우리 모두가 잊고 싶은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일부 국가들은 글로벌 경제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미신"이라고 일축한 뒤, "지금과 같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빠져 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 뉴스 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기는 더욱 더 악화되고 있고, 실물경제로 가면서 자산가치들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서 "숨을 곳은 없으며, 세계 금융시장들은 엄청난 혼란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이 주택과 연금펀드를 포함해 평생의 저축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침울하고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흐름을 바꾸려면 신속하고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대규모 재정 투입한 경기부양 필요" = 침체 국면에 근접한 세계경제의 성장 회복을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재정적자 급증을 감수하면서 막대한 재정투입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론이 적지 않았다.


비판론의 핵심은 지금까지 공개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재정투입 규모가 충분치 않을 뿐만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지연되는 감이 있어 일반의 기대와는 달리, 그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으로 압축된다.


200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국의 침체와 싸우기 위해 "더욱 일관적인" 부양 패키지를 내놓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펠프스 교수는 "수 많은 새로운 투자 및 인프라 프로그램들이 향후 1∼2년안에 대규모로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더욱 집중적이고 일관된 프로그램을 갖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은 28일 경제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8천16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승인할 예정이다.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토론회에서 발언을 통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약 2.5%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정 부양책으로 재도약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는 망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스틴 린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세계는 예상보다 긴 침체에 빠져 있고, 은행들에 자본을 투입한다고 해서 침체를 회복시킬 수 없을 것"이라면서 "상호 협의.조정을 거쳐 충분할 정도의 대규모 재정 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다수 개도국은 재정상의 여유가 없어 선진국들로부터 자원의 이전을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일본의 경제위기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의 부실자산들을 뽑아내고 통화정책을 활용한 것이 재정 정책에 비해 훨씬 더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헤이조 교수는 "현 상황은 금융 및 경제 위기 그 이상의 어떤 것이며, 우리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신뢰의 위기가 일단 발생하고 나면 우리는 강한 정부와 중앙은행들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트레보르 마누엘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도 현 위기로 개도국의 투자가 말라가고 있다면서, "급히 서두르는 재정 부양책은 무(無)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누엘 장관은 "우리는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에 관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처음부터 절벽을 기어오르려고 하는 들쥐와 같은 접근 자세를 보고 있다"면서 "부국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도 못하면서 빚만 지게 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 "소름끼치는 조언" =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대놓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며 중국을 상대로 달러 대비 위앤의 평가절상을 촉구한 것을 두고, 이 곳 다보스에서는 비판론이 우세했다.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침체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높이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면서 "그 것은 경제적 자살이며, 소름 끼치는 조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가 새로운 성장의 한 쪽 기관차가 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공급 측면의 성장엔진이 될 것이라면서, 최근 미국에서 45건의 "반(反) 중국 법안"이 제정되는 등 미국내 "중국 때리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로버트 깁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경제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환율 문제에 종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면서 "올봄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린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위앤화 평가절상을 가속화하는 것은 중국의 성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는 "평가절상 결정은 어떤 경우에도 어려움과 불균형을 해결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특히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호주의는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공정가치회계 규정 바꿔야" = 부실 금융자산의 처리와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완화 등을 통한 은행의 건전성 강화에 관한 의견들도 나왔다.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창업주 스티븐 슈워츠먼은 이날 다보스에서 CNBC 주관으로 `되돌아갈 길이 없다'는 주제의 공개 토론회에서 각국 정부가 대출 및 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은행들의 금융자산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공정가치회계 규정들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가치회계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금융자산의 가치를 비현실적으로 저평가해 금융기관의 부실을 오히려 확대시키는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슈워츠먼은 "금융시스템이 재가동되도록 해야만 하며, 공정가치회계와 관련해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이미 잘 보고 있듯이, 금융기관의 금융실적을 신뢰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는 은행들의 국유화 방안과 관련, "좋지 못한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면서 "그 것은 금융기관을 운영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라 타이슨 UC 버클리 교수도 토론회 발언을 통해 "각국 정부들은 은행들로부터 부실정도가 아주 심한 자산들을 매입해 다른 방식의 관리를 통해 은행들의 자본구성을 재편해 대출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배드뱅크'를 창설해 은행들의 부실자산들을 매입하는 것이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비해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보스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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