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는 달리 재건보다는 무장세력 소탕에 역점을 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아프간 중앙정부보다는 지방 지도자들을 직접 상대하려 할 것이며 경제개발과 국가건설 등 재건사업은 유럽 동맹국들에 맡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 대해서도 아프간 정부에 만연한 부정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등 보다 강경한 노선을 취할 것이라고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는 2주에 한 번씩 카르자이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갖고 아프간 재건사업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던 부시 전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접근이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지난 주 아프간에서 미국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해왔다고 말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아프간 재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불평했다.

이어 그는 27일 의회에서 미국은 아프간에서 제한적인 목표에 초점을 둘 것이라며 "우리의 우선적인 목표는 아프간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들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프간ㆍ파키스탄 특사로 임명된 리처드 홀브룩도 현재 아프간 방문을 준비 중이며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부정부패 척결 등 과거보다 많은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도 지난 주 상원 외교관계위원장 자격으로 아프간을 방문,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에 비해 많은 것을 아프간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잘마이 칼릴자드는 "아프간 중앙정부를 무시하고 지방에 역점을 둔다면 미국이 아프간을 분열시키는 적대적인 정책을 펼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2년 동안 아프간 주둔 미군을 현재 3만4천명에서 6만명 이상으로 증원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게이츠 장관은 올여름까지 1만2천명을 증원할 계획을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초점은 알-카에다 문제이며 이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