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난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유럽 대륙을 휩쓸고 있다. 아이슬란드 연립정부 붕괴에 이어 프랑스 주요 노조의 총파업 결의,동유럽 국가에서의 폭력 시위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7일 르몽드 등 프랑스 주요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과 민주노동동맹(CFDT) 등 주요 노조연맹 8개는 29일 하루 동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제난 대책을 비판하는 대규모 연대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번 총파업에는 철도와 항공은 물론 은행 병원 언론사 변호사 등 공공 부문 노조가 대거 합세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전역에서 교통 교육 행정 등 주요 공공서비스 기능이 거의 마비될 것으로 우려된다. 파업에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극심한 사회 혼란이 예상되는데도 이번 파업을 지지하거나 그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단체들의 최대 불만은 사르코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기업 살리기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된다는 데 있다. 프랑스 노동계는 기업 위주가 아니라 근로자들의 소비능력 향상과 일자리 보호에 중점을 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최근 급등세를 보여 내년에는 10%까지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수아 셰레크 CFDT 위원장은 "근로자들은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금융위기로 인해 임금이 깎이고 일할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이 15세 소년을 사살한 것이 도화선이 돼 나라 전역이 폭력 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그리스는 이번에는 농민들의 집단 시위로 또다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리스 농민 8000여명은 트럭과 트랙터를 동원해 수도 아테네에서 북부 지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70여곳을 9일째 차단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지난 10년간 수입이 25% 이상 감소했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무이자 대출과 보조금,연금 인상 등의 지원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동유럽 각국에서도 경기침체에 따른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선 지난 25일 1989년 이래 최대 규모인 1만명이 폭력 시위를 벌였다. 리투아니아에서도 7000여명이 정부가 제대로 된 경기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의 고무탄 진압에 15명이 다쳤다. 불가리아와 체코 헝가리 등지에서도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동유럽 국가의 반정부 시위가 서유럽보다 훨씬 심한 것은 경제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라며 "한 달 월급 700유로(126만원) 이하인 비정규직 청년층(700유로 세대)이 시위를 이끌면서 1968년 반정부 시위가 유럽을 휩쓸었던 '68운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보인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