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가이트너 신임 미국 재무장관(사진)의 발걸음도 빨랐다. 그는 탈세 문제로 상원 인준이 늦어지는 곤욕을 치렀으나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수습할 소방수로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취임 후 첫 업무일인 27일 금융권 구제금융 지원과 관련한 새 규정을 마련했으며,구제금융 2차분 3500억달러를 활용해 23개 지방은행에 3억8600만달러도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규정은 △금융권의 구제금융 자금 신청 및 집행 과정에서 정부 관리들이 로비스트와 접촉하는 것을 제한하고 △구제금융 집행 결정 과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며 △정부 관리들은 개별 투자 결정이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이뤄졌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자금 집행 결정이 이뤄진 검토 과정의 세부 내용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부시 행정부가 사용한 구제금융 1차분 3500억달러는 금융사들이 로비를 통해 받아갔으며,이후 사용처에 대한 감독도 허술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이트너 장관은 "납세자들이 낸 세금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새 규정은 이런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간 씨티그룹이 5000만달러짜리 신형 호화 전용기를 구입하려다가 가이트너 장관의 제동에 구입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용기 구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한편 가이트너 장관의 연봉은 19만1300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연방은행 총재로서 지난 한 해와 올 1월 2주간을 합쳐 모두 41만1200달러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이 깎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그의 재산이 77만~180만달러로 '가장 가난한 재무장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전임인 헨리 폴슨 장관은 골드만삭스 출신답게 재산이 5억달러에 달했으며,존 스노와 폴 오닐 전 재무장관도 재산이 각각 7500만달러였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