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이오대에 교환학생으로 유학온 A씨는 첫 발표 수업에 나눠줄 자료를 급히 복사해야 했다. 그러나 도서관 앞 복사기는 이미 만원이었고 급한 마음에 달려간 교내 편의점에는 복사기가 없었다. 편의점 직원은 '왜 여기서 복사기를 찾을까'라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까지 했다.

발을 동동 구르던 그의 눈에 때마침 '타다카피(Tadacopy)' 간판 하나가 들어왔다. 그곳엔 애타게 찾던 복사기 2대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복사물을 맡기고 계산하려는 순간 직원이 말한다. "공짜입니다. " 그리고선 웃으며 손끝으로 벽에 붙은 안내문을 가리킨다. '학생들을 위한 무료 복사.'

타다카피는 자원봉사 단체일까,아니면 게이오대 학생회 활동의 일환일까. 둘 다 아니다. 타다카피는 '오셔나이즈'라는 회사가 벌이는 엄연한 수익사업이다. 2007년 매출은 2억엔(32억원)에 달한다. 2006년의 2200만엔(3억5000만원)에 비하면 1년 만에 무려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공짜로 복사를 해주면서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수익을 낼 수가 있었을까.

정답은 바로 광고에 있었다. 게이오대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2006년 4월 타다카피는 처음 문을 열었다. 이 점포는 기업이나 학교 근처 사업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복사지 뒷면에 광고를 싣고,학교 학생들에게 무료 복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짜 전략에 오셔나이즈는 급성장했다. 그뿐 아니라 2년 만에 일본 전역 46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오셔나이즈의 타다카피 서비스는 최근 유행하는 공짜경제 사업모델을 가장 잘 반영하는 사업 중 하나다. 공짜경제(Freeconomics · Free+Economics)란 돈을 주고 사야 했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하게 제공하는 대신 소비자의 관심,시장 인지도,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신사업 방식을 의미한다.

타다카피는 스폰서 형태의 공짜경제 사업으로,사용자로부터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 제3자 스폰서로부터 수익을 얻는 사업모델이다. 매개체가 되는 것은 대부분 광고다. 타다카피처럼 무료 복사를 통해 이를 활용할 수 있고,그 밖에 음원 다운로드나 무료 통화 등에도 도입할 수 있다.

이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광고에 의존하는 특성상 사용자를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하고,효과적인 광고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얼마 전 미국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기말고사 시험지 인쇄비를 학부모나 주변 기업의 광고비로 충당했다는 해외토픽도 나왔다.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이사/김지유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