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을 돕기 위한 자선모금행사의 방영을 거부해 논란을 빚고 있다.

BBC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방송의 공평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이 행사를 방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인권단체들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이 행사를 바라봐야 한다며 방송거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BBC에 촉구했다.

주요 자선단체들이 공동 참여하는 '재난긴급위원회'는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식량, 피난처, 의약품을 공급할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TV와 라디오를 통한 전국적 모금행사를 벌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크 톰슨 BBC 사장은 이 모금행사가 BBC의 공평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이를 BBC로 중계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민영방송인 ITV와 스카이도 모금행사의 방영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이 행사를 방영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BBC 기자 출신 벤 브래드쇼 보건차관은 BBC가 내놓은 이유들이 "매우 취약하다"며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BBC가 제시한 공평성의 정의에 이의를 제기했다.

브래드쇼 차관은 영국 정부도 가자 난민의 구제를 위해 2천500만파운드를 내놓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BBC의 거부 논리는 하자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BBC는 때때로 이스라엘 정부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량, 연료, 물, 의료품의 부족으로 죽음의 위기에 몰린 난민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BBC의 결정을 번복하는데 BBC 이사회 의장이 나서줄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각료를 지낸 베테랑 정치인인 토니 벤은 BBC 건물 앞에서 벌어지는 항의 시위에 동참할 예정이다.

더글러스 알렉산더 국제개발장관도 "가자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인류의 고통"이라는 견지에서 모든 방송국들이 방영 거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