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책 둘러싼 공화당 공세에 반박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은 바로 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23일 의회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 경기부양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하는 자리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부양책의 내용에 불만을 표시하며 여러 요구조건을 내놓자 협상의 주도권을 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한 말이다.

존 베이너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의 지도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원하는 세금환급보다는 중산층에 대한 최저세율을 10∼15%에서 5∼1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경기부양책의 규모에 대해서도 이의를 계속 제기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사무적인 어조로 "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I won)"라고 일침을 가했다고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선거에서 패배해 소수당인 공화당의 입장이 대다수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회동이 끝난 후 백악관을 빠져나온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경기부양책 통과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하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단호한 어법을 그대로 답습, "노(no)"라고 말했다.

리드 의원 역시 다수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끌려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공화당이 경기부양 법안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다음달 16일까지는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베이너 대표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낙태옹호 단체에 재정지원을 금지한 부시 전 행정부의 정책을 폐기키로 한 것을 예로 들면서 "어떻게 피임약에 수억달러의 정부 예산을 지출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경기가 살아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경기부양법안의 내용에 불만을 드러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