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부시 일방주의"…오바마 '스마트 외교' 시동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시 외교' 지우기에 나섰다. 힘을 앞세워 일방적인 군사행동과 경제제재를 하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외정책과 결별에 들어간 것이다. 대신 외교와 대화를 최우선으로 한 '스마트 파워' 전략으로 전환해 '오바마 외교'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무 이틀째인 22일 쿠바 관타나모 기지 내 테러용의자 수감시설을 1년 안에 폐쇄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전날 관타나모 수감자 250명에 대한 재판을 120일간 중단하라는 지시에 이은 것이다. 그는 이날 또 중앙정보국(CIA)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수감시설을 폐쇄하고,미 육군의 실무 매뉴얼에 규정된 19개 방식 이외의 심문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사인했다. 부시 정부 대외정책에서 세계의 비판이 많았던 두 개의 대못을 뺀 셈이다.

오바마는 이런 시설과 방식이 인권과 민주주의,도덕성을 내세워온 미국적 가치와 배치되고 미국의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해왔다. 대(對)테러전을 명분으로 한 수감과 고문 정책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만 샀다는 것이다. "진정한 미국의 힘은 신중하게 사용할 때 나오고,안보는 대의명분이 올바를 때 나온다"고 밝힌 취임연설의 연장선상이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도 "관타나모 수감시설 폐쇄 명령에 따라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여기는 미국민들의 안보가 오히려 증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무부를 방문,이날 취임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국무부 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지도력 재생에는 외교가 중요하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인근 아랍국들 간에 영구적인 평화를 적극 추진하는 게 우리 행정부의 주요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휴전을 확보하려면 하마스가 로켓 공격을 반드시 중단해야 하며,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우방들은 하마스가 재무장할 수 없게 신뢰할 수 있는 무기금수 체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원조와 교역이 가능하도록 가자지구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스마트 외교노선이 중동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자지구에 근거지를 둔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길 원할 정도로 적개심을 품고 있다. 다음 달 10일께는 이스라엘 총선이 예정돼 있는데 보수 야당인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총리로 당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는 이란이 지지하는 하마스를 영원한 적으로 간주하는 인물이다.

힐러리 신임 국무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일종의 '스마트 외교'를 전개했으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영구적인 평화를 심지는 못했다.

오바마의 기본정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가 대 국가로 공존하길 바라는 것이다. 두 당사자를 모두 협상 테이블로 유도해 만족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팔레스타인에는 하마스를 아우르는 통합정부가 구성돼 있지 않아 친미 성향인 이집트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측면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지원도 가미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타마라 코프만 위테스 수석 연구원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어 외교적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최대의 경제난을 수습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중동에 최소 비용을 투입,최대 효과를 거두는 경제학적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