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마이너스 10% 안팎으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작년 11월까지 나온 경제통계 등을 기초로 각 연구소 등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질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보면 -9~-12%로 당초 예상치보다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실제 성장률이 이렇게 하락할 경우에 제1차 오일쇼크 이후였던 1974년1분기의 -13%에 이어서 약 34년만에 두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의 4분기 성장률은 바클레이즈캐피털증권이 -12.1%로 가장 낮게 전망했고요, 일본종합연구소와 메이지안전생명보험은 각각 -9.1%로 그나마 제일 높게 예상했습니다.BNP파리바와 노무라증권 HSBC증권 등은 -10~-11%대의 성장을 예상는데요, 그 경우 작년 한해동안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1.1~-2.5%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전망기관들이 성장률을 그렇게 낮춘 것은 그만큼 일본 경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지난해 4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수개월전의 예상치 보다 각각 3~4% 포인트 정도씩 낮은 것인데요, 최근 일본의 수출과 생산이 예상보다 급속히 악화된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지난해 11월의 경우 일본 수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27% 감소해서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때문에 일본의 11월중 무역수지는 934억엔의 적자를 냈고요, 경상수지 흑자액은 전년 동월 대비 66% 감소한 5천8백억엔에 그쳤습니다.

작년 11월중 광공업 생산지수도 한달전에 비해 8.1% 낮아졌는데요, 역시 사상 가장 큰 하락폭입니다.여기에 12월 생산도 더욱 감소한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각 연구소가 일제히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도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1월 월례경제보고서에서 현재 경기의 기조판단을 작년 12월의 “악화되고 있다”에서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로 하향 조정했습니다.생산과 수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등 경기 악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경기 기조판단을 4개월 연속 하향 수정한 것입니다.일본 정부가 경기판단에서 ‘급속히’란 표현을 사용하기는 1975년 이후 처음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경기 사이클을 판단하는 정부 위원회의 요시카와 히로시 도쿄대 교수는 “일본의 경기침체가 2차대전 후 가장 깊어질 수 있다”면서 “3년간의 침체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요시카와는 아소 다로 총리를 보좌하는 경제자문패널 멤버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같은 예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