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윤리.도덕 잣대 높아져

미국 관가에 변화의 바람이 몰아닥치려 하고 있다.

`사람 좋기로' 잘 알려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고 변화의 기수를 자처해온 버락 오바마가 권력의 심장부를 차지하고 앉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는 정치권 입문 전 시카고에서 수 년간 지역조직가로 활동하면서 서민들과 동고동락해 온 서민형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관가의 변화는 예고된 수순이나 마찬가지.
이런 예고된 변화의 서막은 극적인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바마는 집무 첫날인 21일 백악관 참모들을 불러놓고 일성(一聲)으로 사실상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역설하고 나섰다.

그는 연 소득 10만달러 이상인 보좌관들에 대해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구체적인 실천계획까지 내놨다.

이번 조치는 국민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강렬함과 함께 행정 각 부처에 시달되는 압박의 효과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이 경제난 속에서 서민들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국민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는 것.
특히 오바마가 취임식에서 `미국의 재건'을 강조하면서 모든 미국민의 책임감있는 행동을 주문했기 때문에 백악관의 솔선수범은 불가결한 측면이 있는 셈이다.

또 워싱턴 정치의 적폐중 하나로 로비활동을 지목해 온 오바마는 기존의 로비스트 관행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신의 재임기간 백악관을 퇴직하고 로비회사로 옮긴 사람들은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새 정부 출범후 로비스트에서 백악관 직원으로 전직한 경우에는 관련분야 정책을 담당하지 못하도록 봉쇄한 것.
오바마의 이런 조치는 취임전 오바마 정부의 도덕성에 흠결이 갈 수 있는 이런 저런 사건에 대한 후유증을 차제에 털고 넘어가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됐던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둘러싼 `매관매직' 파문과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의 연루 의혹, 빌 리처드슨 상무장관 내정자의 특정업체 결탁 의혹과 이에 따른 내정자 자진 사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의 세금 미신고 의혹 등 스캔들성 잡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는 집무 첫날부터 공직사회의 윤리의식과 기강을 다잡음으로써 정권출범 초기 도덕성 문제로 인한 스캔들을 방지하고, 경제회생 문제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우리는 공복(公僕)으로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바마가 이날 백악관 신임 직원들에게 윤리성을 강조하면서 주문한 이 말 한마디가 이번 윤리강화 조치에 담긴 뜻을 대변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