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44대 대통령이 미국민들의 열광 속에 취임한 가운데 그가 성과를 내기까지 실망하지 않고 기다리는 여론과의 허니문이 얼마나 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암울한 경제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미국민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허니문이 오래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 기간이 생각만큼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오바마의 취임을 환영하는 열기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경제가 바로 회생하고 이라크 주둔 미군이 곧 귀향하는 등 바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되기는 힘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가 미국이라는 거대한 배의 방향을 돌리기까지 미국민들이 얼마나 참을성을 갖고 기다릴지가 관심이다.

오바마 진영은 일단 언제까지라고 '타임 테이블'을 제시하기를 꺼리면서도 국민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나도 모르고, 판단하기도 어렵다"면서도 "지금은 국민이 어느 정도 시간을 줄 것이라 생각하고 국민도 몇 년이 걸릴 것임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도 오바마가 얼마나 허니문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에 관한 질문에 "시간을 설정하지 않겠다"며 "국민은 문제가 크고 신속하게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여론의 참을성을 기대했다.

급증하는 실업 등 심각한 경제상황은 미국민들에게 상황이 바로 호전되기는 힘들 것이란 인식을 심어줘 오바마에게는 완충지대가 되고 있다.

NYT와 CBS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경제를 개선하고 건강보험을 확대하고 이라크전을 끝내는데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대부분의 응답자가 예상했다.

오바마에게 그만큼 시간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응답자들이 대부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경기침체가 더 이상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라 오바마의 책임으로 여겨지는 것이 언제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한 오바마가 경제 문제 등에서는 그 심각성을 국민도 안다는 점에서 허니문을 보다 오래 즐길 수 있다 하더라도 취임 후 16개월 이내에 이라크 주둔 전투병력을 모두 철수시키겠다는 확언한 공약 같은 경우는 지연이 될 경우 여론의 인내심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액설로드는 국민이 오바마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이해하고 있다며 여론이 낙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는 긍정적임을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나 과거 몇년을 돌아본다면 정치에서 상황이 전보다 얼마나 빠르게 바뀌고 여론도 빠르게 변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위해 일하기도 했던 공화당의 자문가인 마크 매키넌은 오바마가 이전의 다른 대통령 보다 더 긴 허니문을 즐길 수도 있지만 그 기간은 통상의 경우보다 5개월 반 정도 긴 6개월 정도일 것이라며 오바마 진영이 기대하는 것보다 짧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