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실적과 고용 사정 등을 보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경제 상황이 금새 개선될 것 같진 않습니다.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전후 가장 어려운 경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단시일 내 경제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새 정부가 마술을 보여주길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인데요.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역시 불신의 늪에 빠진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입니다.조지 로웬시타인 카네기멜론대 심리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돈을 빌려주지도 않고 소비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 못지 않게 경제 심리를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1930년 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미국인들은 이미 인내력을 상당히 잃은 상태입니다.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금새 정책 실패에 대한 실망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오바마 대통령 자신도 이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다.최근 자신과 의회가 마련 중인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한동안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를 자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취임 후 100일입니다.이 기간에 경제 안정에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대공황 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한 지 100일 만에 금융감독 관련 법안과 사회안전망 법안 등 15개 법안 입법을 밀러붙였습니다.오바마 대통령도 대의회 설득을 통해 최단시일 내 경기 부양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금융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는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정책을 국민들에게 잘 알리고 파는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게 복잡하게 얽힌 실타레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 같습니다.

당분간 주택시장 안정에 주력하면서 금융감독 시스템 강화할 듯

새로 경제팀이 구성된 만큼 경제 전반에 걸쳐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오바마 정부는 잘못된 관행과 틀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한 편입니다.경제 정책도 예외는 아닌데요.

무엇보다 주택시장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구제금융 자금 2차분 3500억 달러 중 적어도 500억달러에서 1000억 달러 정도는 압류를 막는데 쓸 방침입니다.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모기지 상환 부담을 덜어 주는 정책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주요국 간 공조도 이끌어내야 합니다.작년 11월 처음 열렸던 G20 회의가 4월에 다시 열립니다.이 때 낙후된 세계 금융감독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입니다.오바마 대통령이 이 때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지 주목됩니다.취임식에서 ‘감독의 눈’을 언급한 점에 비춰볼 때 미국 내 금융시스템 개편에서도 규제와 감독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GM과 크라이슬러의 추가 지원문제도 결정해야 합니다.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이들 양사는 2월 17일까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하지만 임금 삭감을 둘러싼 노조와의 협상 등 걸림돌이 적지 않아 어려운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물론 길게는 더 많은 서민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기 위한 의료 시스템 및 보험 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될 것입니다.또 급증하는 실업자를 위한 다양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는 작업도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