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현장 목격해 행복하고 감격"

20일 워싱턴의 새벽은 역사적 순간에 동참하려는 인파 행렬로 시작됐다.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는 역사의 순간을 지켜보고 역사의 한부분이 되겠다는 인파의 행렬은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4시부터 지하철 역사와 기념식 기념행진이 벌어지는 내셔널 몰 주변에 몰려들었다.

이 때문에 지하철은 이른 새벽부터 만원을 이뤄 교통전쟁 홍역을 치렀다.

버지니아의 종착역인 하나인 비엔나에서 도심에 들어오는 데 평소 40분 정도 걸리던 시간이 배 이상 소요됐다.

인파와 여러 겹의 보안절차를 거쳐 간신히 취임식 행사장에 도착해서 만난 미국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행복했다.

링컨기념관 주변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의회 의사당 서쪽 계단과는 1마일(1.6㎞) 이상이 떨어져 대형스크린을 통해 취임식을 지켜봐야 했지만 취임식장 주변 못지 않게 뜨꺼운 흥분의 열기로 가득찼다.

오바마의 얼굴이 들어간 검은 색 티셔츠를 안에 입고 행사장에 나온 흑인 남성인 로브 칼훈 씨에게 소감을 물었다.

버지니아 챈틸리에 산다는 그는 "비록 취임선서를 하는 오바마 대통령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그는 바로 내 가슴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행사를 보기 위해 집에서 오전 4시30분에 출발했다며 "역사적 순간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고 연신 미소를 지었다.

행사장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흑백 인종 간의 평등을 외쳤던 `나에게 꿈이 있다'는 역사적 연설을 했던 바로 그 장소에 나와 흑인 최초 대통령 탄생을 지켜보게 됐다는데 하나같이 감격스런 표정이었고 역사적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두기 위해 연방 셔터를 눌렀다.

이들은 또 200여만명이 몰린 이날 취임식 행렬의 한 가운데 있는 자신들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를 감사하고 기뻐했고 이구동성으로 "희망과 변화의 메시지를 직접 듣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에서 왔다는 흑인 여성인 크살라 휴스턴(플로리다 에이 앤드 엠 칼리지 법대 교수)은 "이런 역사적 순간을 살아서 지켜 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면서 "오늘은 바로 역사"라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의 의미를 부여했다.

휴스턴 교수는 "마틴 루터 킹 목사를 포함해 많은 아프리카 아메리칸들이 흑인이 이 나라를 이끌 수 있도록 엄청난 희생을 했다"면서 "그래서 인종적으로 분리됐던 이 나라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칼라블라인드(인종 차별을 하지 않는)로 변해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인종의 색깔이 앞으로 나가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 국민으로 하나 돼 뭉칠 수 있는 희망을 표현한다"면서 "이런 변화를 지켜볼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또 버지니아 비엔나 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지하철에서 만난 40대 후반의 흑인 여성인 킴 루이스(여) 시는 "오늘 위대한 날"이라면서 "역사의 한 부분이 되고 미국의 통합을 지켜 볼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고 흥분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이날 하루 의사당 주변과 내셔널 몰 일대에 2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새벽부터 인파가 몰리면서 오전 10시도 채 안 돼 행사장 일대는 말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