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참모 중에는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며 공부한 경력을 지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어린 시절 미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해 성장한 내력을 지닌 이들 `해외파' 참모들이 오바마와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서 국정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8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백악관 차기 선임고문에 내정된 발레리 재럿은 이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오바마와 인연을 맺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재럿이 1991년 시카고 다운타운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바마와 처음 만났을 때 화제는 이란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었다.

오바마는 인도네시아에서 4년 가량 소년 시절을 보냈고 재럿은 의사였던 아버지가 머물던 이란의 고대 도시 시라즈에서 태어났다.

재럿의 아버지는 이란에 최초의 현대식 병원을 세웠다.

재럿은 페르샤어과 프랑스어, 약간의 영어를 섞어 사용해야만 했고 지금까지도 페르샤 특유의 향신료가 들어간 양고기와 쌀로 만든 음식을 즐기고 있으며 귀가할 때 노란 빛깔의 과자용 향미료인 `사프란' 냄새를 맡으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재럿은 오바마와 만나 해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그들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 토론했던 적이 있다고 기억하고 있다.

재럿은 "해외에서의 경험이 폭넓고 다양한 지적 배경을 지닐 수 있게 했다"며 "미국에 돌아온 뒤에도 가족과 함께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지를 자주 여행했으며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전직 해병대 장성으로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제임스 존스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살았고 프랑스는 물론 독일과 스페인 출신의 친구들을 두루 사귀게 됐다.

존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 사회를 이해하는 데 어린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하고 있다.

미 재무장관 후보자 티머시 가이트너는 짐바브웨와 인도, 태국 등지에서 성장했다.

오바마 국방자문역으로 미 연방항공우주국(NASA) 차기 국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스콧 그레이션은 아프리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판 등지에서 성장한 오바마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올바른 외교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어렵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사회가 어떤지 잘 이해하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부모가 선교사이던 그레이션의 경우 생후 18개월된 해인 1952년 뉴욕에서 증기선을 타고 아프리카로 떠났고 그레이션 가족은 케냐 몸바사 항구에 도착했다.

그레이션의 부모는 콩고 등지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다 잦은 쿠데타 등으로 정정이 불안해지자 도피 생활 끝에 케냐에 정착했고 1967년 미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미국인은 전체의 22% 가량이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있으며 유럽인들의 여권 소지 비율이 국가별로 많게는 71%에 이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뉴스위크는 "세계가 점점 좁아지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파 참모들의 경험이 향후 국정에 어떤 성과를 낳게 될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