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독립시킨 부시, 최고 영웅

전 세계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퇴장과 버락 오바마 시대의 도래를 일제히 환영하는 가운데 유독 부시 대통령의 퇴임을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국민이 있다.

바로 부시의 은혜를 크게 입은 알바니아다.

알바니아에서 그는 최고의 영웅이다.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거센 반대를 물리치고 같은 알바니아계 민족이 90%인 코소보를 독립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2월 알바니아의 독립 선언 이후 가장 먼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했다.

부시는 또 2007년 6월에는 미 대통령 중 처음으로 알바니아를 방문, 정치·외교적 지지와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부시는 당시 유럽 각국에서 가는 곳마다 극심한 반미 시위를 겪어야 했지만, 알바니아에서 만큼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는 당시 수도 티라나에서 30㎞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푸셰 크루자까지 찾아와 길거리에서 촌부들을 껴안고 악수하는 자상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오는 20일 오바마 취임식에 앞서 지난주 부시 대통령의 고별 연설이 방송되자 푸셰 크루자 마을의 모든 주민이 TV를 보며 부시를 회고하며 슬퍼했다고 전했다.

'조지 W.부시'라는 이름의 카페 주인인 페스팀 셀라는 "부시의 퇴임과 관계없이 이 건물은 영원히 그의 이름을 간직하게 될 것"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부시의 사진이 벽에 걸려 있는 제과점 주인 클라리타 토피는 "부시의 방문은 이 마을은 물론 알바니아 전체에 큰 축복이었다"며 "부시는 우리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한 국제사회로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부시가 방문한 이 마을은 곳곳에 내걸린 사진과 기념물들로 알바니아인의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처음에 부시와 찍은 사진을 보고는 합성 사진이라고 생각했으나 부시가 이곳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듣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고 마을 사람들은 전했다.

알바니아는 수십 년 간 고립된 독자노선을 걸었던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1985년 사망하고 1989년 공산주의에서 벗어난 뒤 친서방 외교 노선을 걷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나토 가입과 코소보 독립 등 국제사회 편입에 여러모로 미국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아왔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