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위한 국민단합 호소 예상
각료 인준 지연시 국정운영 차질 우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소수인종인 흑인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정오 200여만명의 청중이 행사장인 워싱턴D.C.국회의사당 주변 야외공원(내셔널 몰)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될 취임식에서 제44대 대통령에 취임, 본격적인 국정운영에 들어간다.

오바마의 이번 대통령 취임은 소수인종 출신이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백악관에 처음으로 입성한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사는 물론 인류문명사에도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특히 오바마의 취임식은 미국 노예해방을 선언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탄생 200주년의 해에 열리고, 공교롭게도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 다음날 치러진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오바마는 그러나 예비 각료들이 대부분 상원 본회의의 인준절차를 밟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내각이 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하게 됐다.

특히 세금신고 누락의혹 등을 받고 있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1일로 잡혀있는 등 인준절차가 예상보다 늦춰질 경우, 오바마 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위기 극복노력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오바마는 취임일인 20일 오전 역대 대통령들의 관례대로 성 요한 교회에서 비공개 예배를 본 후 정오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대통령에 취임한다.

미국에서는 헌법에 의거해 신구 권력의 교체시점을 1월 20일 정오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의 임기는 이날 낮 12시 이후가 된다.

선서가 끝나면 오바마 신임 대통령은 취임연설을 통해 집권 원년의 국정운영 방안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오바마는 취임사에서 미국이 직면해 있는 최대 도전과제가 경제위기와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전쟁 수행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들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단합과 초당적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또한 의료보험제도의 개혁, 질높은 교육서비스 제공, 서민들을 위한 파격적인 감세조치 등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이행에도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할 전망이다.

오바마측 관계자는 "이번 취임식은 첫 흑인 대통령 취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되 경제위기에 처한 엄정한 현실도 반영될 수 있도록 균형감있는 행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취임식 직후 상하양원 취임식 공동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오찬에 참석한 뒤 오후 2시30분께 의사당에서부터 백악관이 위치한 펜실베이니아가 1600번지까지 기념행진을 벌인다.

오바마 신임 대통령과 미셸 여사는 백악관 입성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저녁에는 워싱턴D.C. 일원에서 열리는 10개의 파티에 참석한다.

이날 취임식에는 미 전역에서 200만명의 관람객들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고 인근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까지 합하면 축하객이 4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지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D.C. 지역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경호경비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제공하도록 조치했다.

앞서 오바마 당선인은 주말인 17일 펜실베이니아에서 대선기간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들과 함께 열차를 이용,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의 고향인 델라웨어 윌밍턴시를 거쳐 워싱턴D.C.의 유니언역에 도착했다.

또 오바마는 휴일인 18일에는 링컨 기념관에서 열리는 취임기념 행사에 참석한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