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구하기전쟁, 암표상ㆍ가짜표도 기승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민족 대이동'이 본격화되면서 귀성 교통편을 구하려는 중국인들의 분투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16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11일부터 정식으로 시작된 춘윈((春運.춘제 특별운송기간)이후 이날까지 베이징역과 베이징서역을 비롯한 주요역 대합실에는 기차표를 사려고 밤을 새워 줄을 서고 돗자리를 깔아놓고 새우잠을 자는 수만명의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남은 티켓이 한정돼 10여시간을 줄을 서 봐야 순식간에 매진되기 일쑤기 때문에 날이 새기 전부터 일찌감치 줄을 서기 위해 불꽃튀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티켓은 대규모 암표상 조직들이 싹쓸이하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이 고향에 가기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가짜표도 기승을 부려 어렵게 구한 표를 들고 역을 찾았지만 가짜표란 사실을 확인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운이 좋아 표를 구한 사람도 수백명이 콩나물시루처럼 가득 찬 열차 안에서 짧게는 5~6시간 길게는 20~30시간 기차를 타고 새우잠을 자야 하는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고향에 도착할 때쯤이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열차 안에서 볼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성인용 기저귀를 가져오고 비상식량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급기야는 너무 오랫동안 줄을 서서 표를 사고 기차에서 수십시간 동안 고통을 겪으면서 노인들의 경우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늘어난 연 23억2천만명의 인파가 이동을 할 것으로 예상돼 '표구하기'를 비롯한 귀성전쟁이 더욱 극심한 상황이다.

춘윈이 시작된 지 5일간 중국의 항공,철도, 고속도로, 수로 등은 이미 최고조로 붐비고 있다.

철도는 5일동안 하루 평균 450만명 꼴인 1천815만명이 이용해 지난해에 비해 8.5%나 늘었고 항공편도 15일 하루에만 58만명이 탑승해 작년에 비해 20.4%나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주무부서인 철도부에 귀성객들을 돕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하라고 긴급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후 주석은 "올해는 특히 기차표가 더욱 극심한 수요공급 불균형을 빚고 있다"면서 "승객들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즉시 대중에게 공개하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베이징역에서는 창구에 표를 쌓아놓고 팔지 않는 '황당한' 일이 발생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

베이징역 37호 판매창구에는 한 여직원이 기차표 수백장을 쌓아놓고 장수를 세기만 할 뿐 줄을 서 있는 사람에게 팔지 않는다며 돌려보낸 것이다.

시민들은 "내부적으로 직원들끼리 표를 빼돌리는 것 아니냐"고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 장면은 시민들이 직접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순식간에 알려지게 됐다.

시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중국 철도부와 공안부는 긴급 현장조사에 착수했고 다른 창구로 표를 분배하는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