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오는 20일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1789년 취임선서를 한 이후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기까지 무려 22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번 취임일은 '블랙파워'가 '화이트하우스'를 공식 접수하는 날이다. 오바마가 당선된 지난해 대선일 못지 않은 흥분과 감격을 미국민들에게 선사하는 초대형 축제일이다. 문답풀이로 취임현장을 미리 가 본다.

▶역사적인 취임식의 주제는

"'자유의 새로운 탄생(A New Birth of Freedom)'이다. 오바마 당선인과 같은 일리노이주 출신인 에이브라햄 링컨 전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내용에서 따왔다. 링컨은 이 연설에서 인종갈등의 굴레를 벗어던진 연방통합을 강조했다. 이는 변화와 희망을 기치로 내건 오바마의 시대정신과 통한다. "

▶몇시부터 일정이 시작되나

"오바마 당선인 내외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 내외가 오전 9시 성 요한 교회에서 아침예배를 보는 행사로 시작한다. 아침예배 관례는 1933년 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때부터 정착됐다. 예배가 끝나면 퇴임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와 함께 11시께 취임식 행사장인 의사당 서편으로 이동한다. 취임식은 이날 정오에 시작한다. "

▶취임선서는 어떻게 하나

"취임선서는 바이든 부통령이 먼저 한 다음 오바마 당선인이 한다. 당선인은 링컨 전 대통령이 취임 당시 사용했던 성경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을 들어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선서를 한다.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지킬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는 내용이다. 성경 사용은 전통이지 헌법상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어 예포 21발이 발사되고 군악대의 대통령 찬가연주가 이어진다. "

▶왜 링컨 때 성경인가

"오바마 당선인이 링컨이 사용한 성경을 고집한 것은 올해가 흑인노예를 해방한 링컨 대통령의 탄생 200주년이기도 한데다 그가 링컨의 열렬한 팬이기도 해서다. 오바마는 내셔널몰 공원 서쪽 끝의 링컨기념관을 바라보고 선서를 하게 돼 누구보다 감개무량할 것이다. 이날 점심 메뉴도 링컨 취임일 때와 같은 것을 선택했을 정도다. 각료 인선 때 초당적인 인물을 기용한 것 역시 링컨식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취지였다. 링컨 따라하기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

▶절정은 취임연설인데

"연설문 내용이 임기 4년 동안의 국정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탓에 고단한 시기를 살고 있는 미국인들은 용기와 꿈을 불어넣어 줄 명연설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연설문 작성 책임자는 28세 청년인 존 파브로다. "진보의 미국도,보수의 미국도 없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이라는 오바마의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명연설문은 그의 손을 거쳤다. 오바마는 이 연설을 계기로 급부상했다. 연설문 내용은 그가 흠모하는 링컨,프랭클린 루즈벨트,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연설문에서 영감을 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오찬과 퍼레이드는 어디서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의회에서 상 · 하원 의원들과 축하오찬을 한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선 각종 법안을 승인하는 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오바마는 지난 5일 워싱턴에 입성한 첫날부터 의회를 찾아가 경기부양책의 조속한 승인을 요청하면서 의회와 소통을 해 왔다. 점심 뒤 오후 2시30분께부터는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약 2,7km의 펜실베이니아로를 따라 퍼레이드를 벌인다. "

▶백악관에서 첫 업무는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책상에 앉아 전임인 부시 대통령이 남긴 자필 편지를 읽는다. 부시는 최근 고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에게 "당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은 행동하라.자기 연민은 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공식 문서에 서명도 한다. 서명할 1호 문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오바마는 의회가 취임일 전까지 경기부양 법안을 처리해주면 여기에 맨 먼저 서명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의회는 관련 법안을 늦어도 다음달 13까지 승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신임 대통령은 취임식 다음날 워싱턴 대성당에서 국가조찬기도회를 가진 뒤 본격적인 집무에 들어간다. "

▶무도회도 열린다는데

"취임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워싱턴 시내 곳곳에서 축하 무도회가 열린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미국 50개 주별로 마련된 10여개 이상의 무도회장 일부에 들러 인사를 할 예정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일정에 지친 나머지 새벽에 빠져나와 친구집을 잠깐 찾았다는 일화도 있다. 퍼스트 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이날 무도회에서 어떤 드레스를 입을 지 패션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퍼스트 레이디의 취임일 무도회 드레스는 워싱턴에 있는 스미소니언박물관에 소장된다. "

▶축하 인파와 경호는

"취임식 무료 입장권만 24만장이 배포됐다. 워싱턴시 당국은 취임일 인파로는 역대 최대인 150만~300만명이 몰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취임준비위와 경호당국은 테러와 각종 사고 방지에 초비상이 걸렸다. 첫 흑인 대통령이어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증오범죄 등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일 워싱턴 일원에 미리 비상사태를 선포해 놓은 상태다. 경찰과 경호요원 이외에 7500명의 현역군인과 4000명의 주방위군이 지원작전에 참여한다. 워싱턴 상공에서는 전투기 순찰과 초계비행이 강화되고,주요 지역에 패트리엇 미사일 중대와 화학무기 공격에 대응하는 전문부대도 함께 배치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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