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트너 청문회 취임일 이후로 연기
상무장관 후임 미정..교통장관 청문회도 삐걱

경제위기 극복을 최대의 당면과제로 떠안고 있는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가 정작 경제팀의 공백 속에 출범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조각(組閣)과정에서 관례를 깨고 경제팀 인선발표를 외교.안보팀에 앞세우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으나 예비 각료들이 상원 인준 문턱을 넘지못하고 속속 암초에 부딪히면서 인준지연 사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 경제각료들은 출중한 능력과 화려한 이력 때문에 인선과정에서 `드림팀'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자칫하면 `나이트메어팀'으로 전락해 오바마를 곤란한 처지에 빠뜨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금융위기의 해결사로 꼽혀온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후보자는 탈세논란과 불법체류 가정부 고용 문제의 덫에 걸려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미 국세청(IRS)을 감독해야 할 재무장관 후보자가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공화당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이 가이트너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지만 국민 정서가 어떻게 화답할 지가 변수다.

공화당의 공세로 인해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가이트너에 대한 청문일정은 오바마 당선인의 취임식 이튿날인 21일로 미뤄졌다.

설사 가이트너가 뒤늦게라도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오바마 내각은 경제위기 극복의 핵심 각료인 재무장관의 부재 속에 닻을 올리게 됨으로써 초장부터 모양새를 구겨야할 형편이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급작스런 상무장관 후보자 자진사퇴도 청문회의 높은 벽 때문이었다.

리처드슨은 특정업체와의 유착 의혹에 관해 대배심이 조사에 착수하자 상무장관 후보자의 꼬리표도 떼지도 못하고 `낙마'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렇게 공석이 된 상무장관 후임자를 10여일이 지나도록 정하지 못하고 있다.

후임이 결정되고 이에 맞춰 상원 청문일정이 잡힌다고 하더라고 취임일 전에는 청문회가 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다 초당 인사 차원에서 공화당으로부터 영입한 레이 라후드 교통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1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연기됐다.

상원의 관련 상임위는 라후드에 대한 준비부족으로 청문회를 연기했다고 발표했지만, 라후드가 지역관련 예산 6천만달러를 따내서 이 가운데 900만달러를 자신의 정치헌금 기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청문회 일정연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상원은 내주로 청문일정을 미뤘으나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지 못해 교통장관도 새 정부 출범에 동참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처럼 차기 행정부 예비경제팀의 `주포'들이 수난을 겪음에 따라 오바마가 계획했던 취임 첫날부터의 야심찬 경제행보는 상당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